총론 : 지구화, 토속음식의 생산과 소비
                                                                                      윤형숙

1. 지구화와 지역문화

지역의 기후와 생태환경적 조건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음식물의 생산과 소비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사람들의 음식문화는 기후와 자연, 환경 조건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문화는 생산기술과 생산수단의 발달, 생산과정의 사회조직과 노동과정, 조리방식,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구별, 일상음식과 의례음식의 분류, 음식금기의 규칙, 성·연령·계층에 따른 음식소비의 사회적 조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은 초기부터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로서 음식과 음식문화를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다루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음식물을 얻는 방법, 식용 가능한 음식물에 대해 지역민들이 가지고 있는 민속지식, 일상음식과 의례음식, 금기음식 등의 분류와 분류체계 뒤에 있는 문화적 논리, 사회관계의 매개체인 음식 교환의 사회적 기능, 성·계층·연령에 따른 음식의 생산과 소비의 사회적 조직, 음식과 권력과의 관계, 음식의 상징적 의미와 정치적 기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음식문화를 접근하였다.

문화가 지역의 음식체계를 이해하는 데에 핵심개념이라면 음식은 특정 지역문화에 접근하는 통로(gateway)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지구화는 사람과 물자, 문화적 요소들의 지역간 이동을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빈번하게 만들었으며, 전근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삶에 미친 지역의 환경적 특성과 제약, 문화적 전통에서 벗어나게 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서구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주도된 전지구화 과정은 서구자본주의 문화로의 지역문화의 동질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

지구화는 다른 한편 지역간, 국가간의 차이와 경계(boundary)를 강화하며 문화적 이질화와 지역화 과정을 동반한다. 차이와 경계는 서구 자본주의 중심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구중심적 지구화의 압력에 대한 주변지역의 대응과 자기 정체성 확인과정에서 나온 복합적 과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집단간의 경계와 차이는 국적, 언어, 신체적 특성, 종교, 의복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분류되고 확인된다. 음식과 음식소비의 방식은 자기 집단과 타자 집단을 구별하는 상징과 은유가 된다. 김치가 한국인을, 쌀이 일본인을, 스파게티가 이탈리아를, 개구리요리가 프랑스인을, 카레가 인도를, 맥도날드 햄버거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은유가 된다.

특정 음식에 대한 종교적 태도나 금기 또한 집단을 상징하는 표식이 된다. 돼지고기의 금기가 유태교도와 이슬람교도를, 쇠고기 금기가 힌두교도와 연관되어 이해된다. 음식은 부족의 토템처럼 특정집단을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다.

특정음식이 특정집단을 상징하는 표지나 상징이 되는 것은 특정집단의 생태환경적 요인, 음식의 생산과 소비의 역사 등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특정 집단이 생산하고 소비한 모든 음식이 집단의 상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음식과 음식소비의 방식이 다른 음식과 음식소비의 방식보다 “생각하기에 ‘더’ 좋은” 것이다. 총론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 지구화 과정에서 특정 음식이 지역음식으로 부상하는 요인과 사회문화적 과정들을 전라도 지역음식으로 알려진 홍어를 통해서 살펴본다.

2. 홍어와 ‘전통적’ 생산과 소비

“예부터 전라도 잔치에서 홍어가 빠지면 잔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흔히 우리가 쓰는 ‘예부터’ 혹은 ‘전통적’이라는 말은 그 시작이 아주 오래전부터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예부터 내려온 관습이나 전통들’의 역사를 따져보면 그렇게 오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 유교적 가부장제’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린 것은 17세기 후반 이후이다. 한국의 민족음식으로 알려진 빨갛고 매운 김치의 역사도 겨우 3백년을 넘지 않는다.

한국에서 홍어잡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홍어의 주생산지는 어디였을까? 선사시대의 홍어잡이를 연구한 김건수에 의하면 가오리과에 속하는 어류의 유물이 서해안과 남해안에 밀집·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홍어와 관련된 선사시대의 유물로 출토된 것은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수원도호부」토산물 조에 병어와 석수어(조기), 홍어가 함께 등장한다. 이는 조선시대에 홍어가 흑산도 지역에서만 잡히거나 소비된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