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내아 금학헌 ③

목사내아 금학헌의

나주목사 김성일 방 이야기

                                                                       
김미경(나주시 역사문화 큐레이터 ＆ 스토리텔링 작가) 

호남의 정치 일번지로 명성을 날리던 나주 목사고을에서 목사님이 기거하던 목사내아 금학헌은 그야말로 목사님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던 신성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목사님은 잠을 주무시면서도, 진지를 잡수시면서도 전라도와 나라를 걱정하면서 온갖 아이디어를 창안한 곳이다. 사실, 나주 백성들은 목사님의 현명한 다스림이 나주와 국가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목사내아 금학헌에 들어오면 확 눈에 띄는 것이 단정하게 써내려 간 4개의 주련이다. 이것은 원래 목사내아 금학헌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보물 제364호로 지정된 서문 내 석등 간주석에 있던 내용을 소현 서예가가 다시 써서 주련으로 만든 것이다.
 
富貴恒存/錦色安泰/百穀豊登/聖壽天長

이 글귀는 천여 년 전 나주 사람들이 목사님께 바랐던 염원을 적은 것으로 석등에 고이 간직되었던 것을 이곳 목사내아 금학헌에 주련으로 만들어 걸어 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나주가 이렇게 부귀항존하고, 금색안태하며, 백곡풍등하고 성수천장하여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다시 부흥하자는 나주 시민들의 바람을 써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곳 목사내아 금학헌의 앞마당에 서서 천년 전 나주 사람들이 바랐던 염원을 다시금 깊이 되새겨 본다. 인간은 사는 동안 언제나 부귀영화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아름다운 삶이 가득 찬 평화로움이 지속되기를 염원한다. 또한, 먹을거리가 풍성해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기원하며 오래 오래 성스러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지금 목사내아 안채는 상량문에 따르면 1825년(순조 25년)에 세워진 것이고, 문간채는 1892년(고종 29년)에 지어진 것이다. 물론, 목사내아 금학헌은 그 전부터 많은 목사님이 살다 간 공간이지만, 현재 안채 건물은 약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조선시대 후기의 건축 양식이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군수 관사로 사용되어 많이 훼손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1986년에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철저한 복원이 이루어져 그나마 예전 모습을 되찾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 우리 소중한 문화재 목사내아 금학헌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수많은 나주 목사님들 중에서 나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분을 찾았다. 그러다가 퇴계 이황의 수제자인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이 나주 최초로 김굉필·조광조·이황 등을 제향하는 대곡서원(大谷書院)을 세운 훌륭한 목사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문적으로 이황의 주리론(主理論)을 계승하여 영남학파의 중추 구실을 했으며, 예학(禮學)에도 밝았던 학봉 김성일은 서원보다는 누정이 많았던 호남에 퇴계 철학을 논할 수 있는 학문적 근거지를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나주목사 김성일 방은 언제나 마음이 풍요롭고, 부귀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편안히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오늘, 나주목사 김성일 방에서 학봉 김성일이 “평생을 걸쳐서 얻은 한마디”를 곱씹으며 깊은 명상에 잠기고 싶다.

道吾過者, 是吾師. 談吾美者, 是吾賊.(내가 평생에 걸쳐서 얻은 한마디 말은 나의 허물을 공격하는 자는 나의 스승이고, 나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자는 나를 해치는 자이다.)

학봉전집(鶴峰全集)에 나오는 명언이다. 물론, 이 말은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에 나오는 “道吾善者, 是吾賊. 道吾惡者, 是吾師.(나의 좋은 점을 말하여 주는 사람은 곧 내게 해로운 사람이요, 나의 나쁜 점을 말하여 주는 사람은 곧 나의 스승이니라.)라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꾸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때 나주목사 김성일 방에서 나를 다스릴 수 있는 명언을 되새기며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자아(自我)를 만나고 싶다.

<나주목사 김성일 방>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는 의리가(義理家)로 서애 유성룡과 퇴계 이황의 양대 제자로 나주에서 3년 동안이나 인의(仁義) 정치를 실천한 나주목사 김성일(1583년 부임)을 기념하기 위한 방입니다. 나주 최초로 호남의 가사 문학과 영남의 퇴계 철학을 논의할 수 있는 대곡서원(현재 경현서원)을 세운 김성일 목사는 송사(訟事)도 현명하게 해결하여 아무리 어리석은 백성들도 그의 말을 들으면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현명한 나주목사 김성일 방에서 주무시고 가는 모든 분들은 삶을 지혜롭게 사는 힘찬 기운을 얻어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