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시인

올 2009년은 나주예총이 정한 ‘나주 문학 집중의 해’이다. ‘나주 문학 집중의 해’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그리움이 터져 시가 되어...‘ 라는 주제로 시화전이 열렸다. 시화전 주제처럼 그리움이 충만 하는 한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의 대상인 모든 객체는 그가 겪어온 세월의 분량이며 이는 바로 시의 모천이 된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바람에 차이고 비에 젖으며 골이 파여 주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미듯이 육화되고 골화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승화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한 편, 한 편의 시가 된다.

강이 흘러온 길에는 푸르고 싱싱한 추억이

▲ 김 종 시인

오랜 가뭄 끝에 접어든 요즈음 장마, 잦은 비로 나무들은 더욱 푸르고 무성해졌다. 오늘도 비가 와서 산천초목이 비 맞고 있다. 비는 생명 순환의 긴 호흡이다. 그러기에 무심히 내리는 빗줄기마다 오래된 강을 품고 있다. 나무들은 강이 된 빗줄기를 그대로 몸에 받아 마신다. 한 그루의 나무속에는 셀 수 없는 강이 흐르고 그 강이 흘러온 길에는 푸르고 싱싱한 추억이 넘친다. 푸르디푸른 엽록소의 무수한 알갱이들은 끊임없이 강으로 흘러 나무를 키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햇빛과 물과 공기가 어우러져 새 우주가 창조되는가. 그러기에 한 그루의 나무는 생명의 저장탱크처럼 끊임없이 팽창하며 호흡하는 또 다른 우주다. 우주 속에는 수많은 물질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변하고 순환하는 연속성의 존재들이다. 그들은 그래서 애시당초 고유의 형태도 없고 고유의 색채도 없었다. 삼라만상은 생명력의 리듬위에 움직인다. 그리고 그 시간만의 독특한 상황에서 개성과 기질을 갖춘 눈빛과 표정으로 춤추고 노래한다. 강은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흐르고 추억의 보금자리에 깃든 새떼들은 저마다 나무가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이다. 나무는 작은 생명들이 세상의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도록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다. 나무는 이내 소리 소문 없이 세상을 품어 평화와 위안을 준다. 그리고 뭇 생명들이 다시 날아오를 희망의 대지이고 버팀목이 된다. 이제 나무는 아름다운 초록별로 떠오른 그 시간에도 지구의 모성(母性)인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햇빛과 비바람에 젖어 한 편의 시로 성장하는 것처럼 인간도 만고풍상을 겪으며 한편 한편의 시로 성장한다. 뛰어난 경치나 온실 속의 화초가 감동적인 시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시련과 변화가 없는 생은 결코 향기 나는 언어나 표현이 될 수 없다.

오르막 내리막길을 달려온 사람일수록

모진 비바람에 등이 휘어진 소나무처럼 굽이굽이 생의 힘든 오르막 내리막길을 달려온 사람일수록 사람들이 우러른 꽃상여에 오르고 한편의 시 같은 새가 되어 지울 수 없는 여운으로 날아오를 것이다.
 
듣는 사람의 귀에 상여소리는 고인이 한 평생을 휘둘러 쓴 강물 같은 노래일 터이다. 그렇다. ‘내 생은 듣는 이의 가슴을 어느 만큼 흔드는 감동의 가락이 될 것인가. 오늘 걷는 이 길은 한 편의 시가 되는 그리움의 세계로 강물 같은 몸을 이끌고 진입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