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기억..........
                                                                                 논설 위원  김 노 금

내게 있어 6월은 어렸을 적엔 반공교육 때문에 당연히 6.25의 달로 기억 되었고, 조금 더 성장하여 단발머리 여학생 때는 모윤숙 시인의 “렌의 애가”와 가슴 저미는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계절로 다가왔다. 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하던 20대엔 조금은 성숙한 표현인 호국보훈의 달로 자리 매김 했고, 결혼 후엔 항쟁과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던 항쟁의 달로 각인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상하리 만치 6월은 역사적 고비의 순간이 많았다.

또한, 거기에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 주었고, 각종 항쟁을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역사의 고비마다 터졌던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6월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논설위원 김노금

전국 유명대학의 교수들은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깊이 염려하며, 현 정부 출범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훼손되고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큰 상처를 입힌 정부를 지적하며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의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상식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인정하고 사죄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들로 구성된 지식인 사회가 현 정권의 1년여에 걸친 국정 운영에 대한 공개비판이자 현재의 국정의 기조를 전면 쇄신 하라는 강력한 요구 앞에 MB 정권이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거기다 시민 단체들의 목소리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미 수십 개 단체가 연대해서 시국 성명을 발표했고 이들은 한 목소리로 검찰이 중계하고 보수 언론이 받아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성 수사를 강도 높게 규탄 하였다.

현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은 이처럼 불만의 수위가 높아 위태롭기만 한데 문제는 MB 정권의 정세 판단이 상식을 벗어나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검찰 총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의 정점에 있던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공식 선언이 있기는 했으나 각계각층 국민 대다수의 국정쇄신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으니 국민을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선 오만이 우려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가는 길에 수백만이 넘는 추모의 행렬과 아직도 추모의 발길을 거두지 못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의 무심함 과 답답함에 가슴을 칠 수밖에 ....

답답하고 안이한 MB 정권의 대처는 무능과 대처능력 없음의 전형을 넘어 이제는 민심과 정면으로 승부하려는 오기로 까지 보여져 염려스럽기 그지없다.

“국면 전환용 개각 없다”며 오히려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구시대적 정치 발상 내지 정치적 이벤트나 쇼로 운운하며 짓뭉개는 대통령의 꿋꿋한 정치적 소신 앞에 많은 국민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에 대한 MB의 사과는 언감생심이요. 진즉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되고 있는 이때 혹여 MB은 지금 측근 정치의 강화와 공권력의 압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문득 6.10 항쟁의 기억이 새롭다.

전두환의 4.13 호헌 조치로 촉발된 국민 시위는 이 땅의 아들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을 불렀지만 결국은 범국민 항쟁을 통해 전두환 독재의 사슬을 끊고 민주적 직선제를 이끌어 냈다. 이 일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시민항쟁이 정권의 폭압을 이겨 냈다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 6월의 기억이다. 며칠 있으면 6.10 민주항쟁 22 주기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급속도로 불러지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 논란에 불씨를 지핀 대학교수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이 두렵다. 아니 다시는 이전과 같은 혼란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되겠기에 하는 소리이다.

권력은 우리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기억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