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5월을 맞이하며...

                                                                                    논설위원 김노금

오월은 참 아름다운 날들이 많은 것 같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이 모든 것들을 가만히 입으로 되뇌어 보고 그 의미와 소망과 기대 등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랑하는 자녀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어머니! 가만히 불러만 봐도 뭉클해지고 그리워지는 이름.... 아버지! 가만히 되뇌어만 봐도 든든함으로 나를 바로 세워주는 이름이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이 좋은 계절에 여러 가지 이름의 날을 잡아 기념하며 축하하고 다짐하는 날이건만 이렇게 좋은날 진정성과 사랑을 담기 보다는 매년 해오던 식의 통과의례로 생각하거나 혹여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본다.

▲ 논설위원 김노금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으로 아이의 장래를 함께 고민하며 진지한 대화를 통해 미래를 향한 계획을 다지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두세 살 먹은 아이가 있는 가정조차도 어린이 날이라고 많은 가정이 하루 시간을 내어 자녀들과의 소풍이나 값비싼 외식들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본다. 값비싼 장난감과 맛난 외식으로 하루 온종일 땀 흘리며 놀이기구 한두 개 타고 오는 것으로 부모노릇 좀 했다고 자위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진정 자녀 성장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또, 어버이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모님들이 바라는 것은 효도 관광과 좋은 옷 좋은 음식보다도 그저 자주자주 연락드리고 작지만 가슴 따뜻한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확인시켜 드리는 일일 것이다.

애틋한 정을 주고받기에 세상이 너무 바쁘고 각박하게 돌아가기는 하나, 내 자식이 조금만 귀가 시간이 늦으면 몇 번이고 핸드폰으로 확인하는 정성의 만분의 일만 부모님께 해도 효자 소리 들을 일인데, 그 것이 그리도 어려워 안타깝다.

그렇게 한 주간이 흐르면 스승의 날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고 너의 눈부심이 나의 눈물겨움이라는 사회의식이 팽배한 세상에서 내가 잘 된 것을 부모 다음으로 사심 없이 기뻐해 줄 이는 나를 가르친 스승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스승의 날처럼 어설픈 날이 또 있을까 싶다. 촌지의 액수로 자기에게 맡겨진 제자를 저울질 하는 스승이 어디 있을까마는 부모들은 올 해도 봉투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을 피하기 위해 휴교까지 할까. 내 자녀를 맡은 부모와 스승이 진정으로 믿고 신뢰하는 가운데 존경과 사랑과 감사로 일구어 내는 아름다운 작품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에도 우리는 좀 더 지혜로워야 하고 부모와 스승에 대한 감사의 모습에도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할 듯싶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공원 나무그늘에 돗자리 하나 펴고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도 아이에게는 너무나 귀한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아빠는 신문보고 엄마는 책을 읽고 아이는 풍선 하나 가지고 숲 속을 뛰노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겨운 모습이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사색의 공간 속에서 자라는 아이라면 몸과 마음이 정말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책임감에 봉투하나 불쑥 내미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보다는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한 애틋한 자식의 마음을 적은 편지 한 장 또, 선생님께 감사하는 몇 줄의 글을 적은 작은 선물이라면 가슴 뭉클한 5월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푸르른 5월이 열렸다. 여기저기 5월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많은 행사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부모와 자녀가 그림대회에 참가해 보거나 음악회라도 같이 가보는 것은 자녀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 이다. 마침, 우리 나주에서도 뮤지크바움의 어린이날 선물로 안양 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나주의 소년 소녀 합창단도 함께 출연한다고 한다. 귀에 절은 유행가가 아닌 순수한 클래식과 제 또래 아이들이 큰 무대위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노래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문화적 충격과 함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사람으로 들끓는 놀이공원에 길게 줄을 서서 고작 한두 개의 놀이 시설을 타고 땀 흘리고 나서 허망해지는 하루 보다는 무엇이 우리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