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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⑩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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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호] 승인 2009.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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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애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다'

서상록이 처음으로 배움의 문을 두드린 곳은 코흘리개 애들이 다니는 심상소학교(초등학교)였다. 평소 무슨 일을 하던 기초부터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심상소학교는 주로 한국 교포 가정의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야간 소학교였다. 입학 당시 상록의 나이는 어느덧 21살이 되었고, 그 학교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입학하던 첫날부터 상록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하루 일을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교실에 들어서면 기다렸다는 듯 8-9살 먹은 조무래기들이 몰려와 상록을 둘러쌌다. 

그들은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상록의 얼굴에 겨누고 놀렸다.

   
▲ 서상록이 태어나 17살까지 살았던 봉황면 철야마을 입구 전경. 이 마을은 이천 서씨 집성촌으로 마을 앞에 고려시대에 지은 만호정이 마을을 찾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다 큰 사람이 이제 학교를 다닌데. 하하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풍경은 상록이 학교를 다니는 2년 내내 벌어졌다.

그때마다 상록은 애들의 머리를 쓰다주면서 함께 웃었다.

"부끄럽기는..모르니까 배우러 왔지.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모르면 배워야 해. 배우는 것은 죄가 아니란다."

아이들이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상록은 먼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공부하면서도 부끄럽기보다는 오히려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심상소학교는 자치방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이상 가야했다. 먼 거리에 있다보니 매일 번개 불에 콩 볶듯 바삐 움직여야 했다.

공장에서 5시 30분경에 퇴근하는 대로 신문 보급소로 달려가 신문을 돌리고서야 학교를 가야 했다. 학교에서 저녁 10시까지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오면 11시였고, 대충 식은 밥 한덩이로 배를 채우고 세면과 빨래 등 집안 일을 마친 시간이 12시였다. 그는 피곤함에 못 이겨 눈꺼풀이 수시로 내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새벽까지 예습과 복습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옷을 입은 채 책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든 날도 많았다.

이같은 노력 끝에 상록은 2년만에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때 나이 23살이었다. 2년 동안 밤잠을 설치며 공부하는 상록을 지켜본 동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나 고생 많았어. 오늘부터는 다리 쭉 뻗고 잠이나 푹 자게나."

그러나 상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뒤 그는 관서 상업학교에 입학 원서를 넣었다.

관서상업학교는 오늘날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학교로 각종 부기(簿記)와 회계(會計) 등 실제 사회생활에 필요한 과목을 가르쳤다.

상업학교에 입학한 날 상록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중년층 사회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같은반 5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서상록처럼 주경야독을 하는 직장인들로 대략 20살부터 45세까지 다양했다.

이 학교는 후에 일본 재계의 별과 같은 존재가 된 마쓰시다(松下)가 다닌 곳이다.

상록은 심상소학교를 다닐 때처럼 관서상업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 덕에 그는 졸업할 때 전체 5백명 중에 5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가 졸업한 때가 1933년으로 26세였다. 그 후에도 상록은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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