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봄
                                                                                논설위원 김 노금

왠만해서는 TV를 켜지 않는데도 피겨여왕 김연아가 나오는 스포츠 중계만큼은 채녈을 돌려가며 본다. 아름답고 어여쁜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이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10년 가까이 또래 여학생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열여덟 순정을 바쳐 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고통과 좌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3월 들어 황홀해 졌다. WBC에서 투혼을 발휘하던 한국 야구팀으로 인해 3월 초부터 슬슬 신바람이 나기 시작하더니 세계 챔프 김연아가 보여준 열정과 희망으로 온 국민이 큰 위로를 얻고 새 힘을 되찾게 되었다.

▲ 논설위원 김노금

이명박 대통령이  “참으로 어려운 때에 우리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고 한 말은 세계 피겨여왕에 등극한 김연아 선수에 대한 모든 정치권 그리고 온 국민의 공통된 극찬이다.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던 7살 소녀에서 10여년이 지난 지금 열아홉 앳된 새내기 여대생은 세계 피겨계를 호령하는 어엿한 여왕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섰다. 한 마리 백조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집중하고 몰입하는 과정은 열광의 퍼포먼스 그 자체였고, 강렬한 액션과  인간한계를 넘어선 고난도의 예술이었다. 이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세계 챔피언에게 경의를 표했고, TV를 지켜본 온 세계인들은 한마음으로 영웅의 출현에 환호했다.

언제나 어떤 경우에도 늘 생글생글하게 웃던 김연아였다. 그러나  시상대 태극기 앞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눈물 이었다

오늘에 이르는 동안 숱한 김연아 선수의 고난과 역경을 아는 국민들도 함께 울고 웃으며 진정 행복한 시간 이었다.

지난날의 고통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과연 지금의 영광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예술적 안목이 별로 없는 문외한이 보기에도 김연아 선수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 탁월하다.

피겨 선수로서의 타고난 재능과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성공의 90% 이상은 눈물겨운 노력과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더해진 성과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이야 대기업들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광고 모델이 되어주기를 청하고 있겠지만 세계적 선수가 되기까지 경제적 어려움은 또 얼마나 컸을까 싶다. 고질적인 부상과 세계적인 선수들을 라이벌로 심리적인 압박감은 또 어떠했으랴 싶어 너무나도 안쓰럽고 대견한 마음이다.

일설에 따르면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조차도 딸의 거듭되는 고통과 부상들을 두고 은퇴를 고려했을 정도라니 그 아픔과 심각함이 짐작이 가는 바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성장가도를 달리다가 IMF사태를 겪은 것과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를 김연아 선수의 모습과 대비시켜 본다.

대한민국은 과연 희망이 없는 것 일까?

그녀는 한때의 고통과 좌절을 딛고 빙상에서 넘어지고 홀로 쓰러지며 다시 일어서서 인간한계에 도전하며 세계인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피겨여왕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가 보여준 희망을 이제 우리 모두가 경제위기 극복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모두 14곳의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재 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또 술렁이고 있다.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 여러분들이 그 훌륭하신 식견과 경륜으로 이제는 구태를 벗고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당리당략과 계파싸움, 험한 추태, 상대의 발목잡기식의 구태를 벗어나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고 모든 국민이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다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목청 높여 약속한대로 국민을 섬기고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젼을 제시할 때 우리 국민들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기꺼이 손잡고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김연아 선수를 보기위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손길이 내가 사랑하는 정치인이 출연하는 TV프로를 찾아 리모컨을 돌리는 분주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일이 결코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함께 해보는 이 봄이 더욱 황홀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