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 석 자만 말해도 세상이 와글와글 시끄러워지는 세상의 문제 인물이었다. 돈도 명예도 탐하지 않고 오직 평화만을 이야기하며 살아왔을 뿐인데 세상은 내 이름자 앞에 수많은 별명을 덧붙이고 거부하고 돌을 던졌다.”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욕먹은 만큼 다 살려면 아직도 백 년은 더 살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밥으로 채운 배가 아니라 욕으로 채운 배가 남들보다 몇 배는 될 테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사람입니다. 평양에 가서 교회를 시작했을 때 나를 그렇게 반대하고 돌을 던지던 기성교회가, 부산에서도 역시 나를 반대했습니다. 교회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시콜콜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이단, 사이비는 내 이름 앞에 붙는 고유명사였습니다. 아니 내 이름 문선명은 이단, 사이비와 똑같은 말이었습니다. 이단이나 사이비니 하는 접두사 없이 그냥 이름만으로 불려본 적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의 말과 같이 기성교단으로부터 ‘이단과 사이비’로 치부되는 문선명(89)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를 펴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에 따르면 저자는 종교의 뜻을 받아들인 게 열여섯 되던 해 부활절 전이라고 회고했다. 목사였던 셋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집안 모두가 기독교로 개종한 후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던 그는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에 대한 답을 찾고자 밤낮으로 기도에 몰두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사랑이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듯 행복과 평화도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혼자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혼자 훌륭한 이상을 꿈꾼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나보다 그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라며 나름대로의 행복과 평화의 관계를 설정했다.

책에는 ‘리틀엔젤스’ 활동에 대한 회고도 담겨있다. ‘리틀엔젤스는 1965년 미국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왕실이 초대해 엘리자베스 여왕 앞에서 공연을 했고, 미국 독립 200주년 행사를 위해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리틀엔젤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난 평화문화사절입니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에 나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입증하면서도 한번도 ’코리아‘를 외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리틀엔젤스의 춤을 보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문화와 전통의 나라, 한국‘이란 이미지가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틀엔젤스는 다른 누구보다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애국을 한 셈입니다.“라며 리틀엔젤스 활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1991년 11월30일 북의 김일성을 만난 내용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문 총재에 의하면, 김일성이 주석 공관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얼싸안았다. 나는 철저한 반공주의자고 김 주석은 공산당의 우두머리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 이념이나 신앙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헤어진 형제와도 같았다”며 “그것이 바로 피가 통하는 민족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일성 주석이 “내가 죽은 후에 남북 사이에 의논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문 총재를 찾으라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당부했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책에서 일제 치하와 평양에서의 전도, 이승만 정권시절, 가족,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만남, 통일교 창시 등을 풀어놓고 있다.

1954년 장충단공원이 있는 서울 북학동에 판잣집을 세내어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란 간판을 건 이유는 “어떤 교파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현재의 명칭으로 굳어진 ‘통일교회’는 남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서울교회’로 불렀다며 그는 “교회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총재는 교회란 ‘가르칠 교(敎), 모임 회(會)’, 즉 근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모임이란 뜻이므로 남과 내가 나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그런 특별한 부류에 속하고 싶지 않다. 내가 바란 것은 교파 없는 교회다. 어떤 경우든 교파가 우선일 수 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을 보면 “전쟁과 분열로 점철된 20세기의 한복판에서 민족과 종교를 초월해 진정한 세계평화를 일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했던 한 인간의 고난과 승리의 일대기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문 총재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