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 폐지 운동이 본격화됐다. 실질적으로 이 운동을 이끌어 갈 '국민운동본부'가 오늘 서울에서 출범식을 갖고 '시민행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정당공천은 주민참정권을 부정하고 지방자치와 지역정치를 중앙정치권과 국회의원에 예속시키는 핵심 고리"라며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앞서 공천의 이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지난해 모임을 갖고 정당공천 배제를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정당공천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없지 않다. 정당이 용이하게 주민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수립을 할 수 있고, 지역의 의견을 정당을 매개로 중앙에 전달할 수 있다.

▲ 이재태 팀장

그러나 이는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공천받기 위해선 정당에 줄서기 할 수밖에 없고 선거 때마다 불거진 공천 관련 금품비리는 고질적 병폐다.

전국 정당이 아닌 다양한 틀의 정치세력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차단됐다. 지난해 기초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정을 둘러싼 잡음도 그 배경엔 정당공천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지방선거는 민심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애초부터 정권의 중간 평가적 성격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지방선거의 의미와 기능을 상당히 왜곡 시키는 현상을 낳았다.

그 결과 지역주민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심화시키고 지방자치가 중앙정당정치에 예속될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 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방자치의 본질과 원칙에 위배된 지방선거의 과정과 결과는 여. 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을 전격적으로 처리할 때 이미 예견됐던 일로서 결국 중앙정치권이 자초한 결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의 전면 허용은 선거의 주역을 지방에서 중앙으로 그리고 주민에서 정당으로 바꾸어 놓고 말았다. 정당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가 여전히 기승을 부렸고,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신인과 전문인들의 진출은 기대 밖 이었다.

매니페스토 운동이 본격화되었음에도 인물과 공약 중심의 정책선거는 자리 잡지 못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제 도입은 정당과 국회의원들에 대한 후보자들의 충성심만 더욱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고,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도입은 소지역주의의 심화와 지역주민들의 무관심만 부채질 하고 말았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본질로서 그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지난 지방선거를 돌아보면 앞으로 지방선거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또 법과 제도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하서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역별 일당 독점현상과 지역갈등을 심화시키는 지역주의의 선거형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방선거에서의 정당참여를 차등적으로 허용 내지 제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의원 의원선거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의 정당참여를 전면 금지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정당참여를 완전히 허용하는 것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동일한 수준의 자치단체 선거에서 동일한 법적용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서 엄격한 법적용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공명선거는 물론 그간 실추된 선거법과 제도의 권위와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시기의 조정이 필요하고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도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선거법과 제도는 장정과 단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우리들의 의지와 자세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 뜻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시장, 군수들의 용기와 결단으로 개정하고자 하는 선거법과 제도의 성패는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려는 정치권의 의지와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우리 모두의 자세에 달려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이 이러한 의지와 자세가 확고히 하는 동시에 공직선거법 개정에 필요한 현명한 지혜가 모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태(나주시 비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