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학부모회 전남지부 사무국장 오성현

작년 한해 우리나라에서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교육계 또한 마찬가지여서 허울뿐인 4.15 학교자율화 조치와 비리로 얼룩져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 그리고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해 실시한 일제고사!

4.15 학교자율화 실시 후 지난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 관련하여 학부모에게 안내 편지글을 보냈다는 이유로 7명의 교사가 파면 해임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정부가 나서서 획일적으로 지시하고 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강력 징계하겠다는 것이 학교 자율화입니다.

학교자율화는 정부의 일방적 학교 통제이며 규제입니다. 학교자율화에 역행하는 조치입니다. 표집평가 대상이 아니면 학교단위에서 전국단위 일제고사시험 실시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학교 자율화입니다.

▲ (자료협조 참교육학부모회 전남지부)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단위 일제고사가 학습부진학생을 최소화하고 학력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제고사 결과 공개 이후 나타날 학습부진학생을 위한 대책, 지역별, 계층별 교육격차 해소 대책은 없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시험이라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시험을 보았다면 그것은 학습부진학생과 그 학교에 대한 모든 지원을 통해 일정수준까지 올리기 위해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감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고등학생은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같은 학교시험과 전국연합 학력 평가시험에 사설모의 고사까지 합하면 1년에 12회에서 18회 정도의 시험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수행평가, 학원 시험까지 합하면 학생들을 1년 내내 시험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 일제고사는 학부모에게 사교육비 고통 하나를 더 얹어 주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자꾸만 늘어갑니다, 영어몰입교육, 국제중 설립, 전국일제고사는 학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모는 정책입니다. 경제도 어렵고 먹고사는 일조차 힘겨운 현실에서 저소득층의 가계소비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2.1%나 되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허리가 더 휘어지고 있습니다.

전국단위 일제고사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일제고사 실시 이후 공개될 학교별 성적은 각 시도 교육청과 학교 별 경쟁을 부추길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제고사와 관련하여 전라남도교육청 교육과장을 면담했습니다.

과장님 말씀 “아이들 현재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일뿐이며, 학교별 학생 평가는 절대 없다고”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학교 성적이 발표되어 ‘나주의 모중학교는 전남에서 몇 등이다’라는 말이 나돌고 동아일보는 전국 단위 석차를 만들어내는 이 시점에. 교육복지 예산은 140억원이나 줄이면서 일제고사비용으로 160억원을 쓰는 것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입니다.

전남의 경우 교육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일제고사에 드는 비용을 농어촌교육여건 개선에 쓰인다면 상대적 박탈감에 꿈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평등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는 UN아동권리조약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은 획일적이고 대책 없는 시험 강요가 아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