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농악을 전국에 알리다'

농악은 애초에는 상고시대(上古時代)의 농경음악으로 발달하여 마을 부락간위의 군대용 음악으로 연주되기도 하였으며, 별신굿과 같은 굿 의식에서도 쓰였다. 상고시대의 제천의식에 남녀가 몇일 밤낮을 가무를 즐겼다고 하는 기록이 있는데, 농악은 고대부터 이런 제천의식과 같은 마을굿에서 발전하여 오늘날과 같은 형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 금성산에 성황신이 내려온다는 미신이 조선 초 성종때부터 전국으로 알려져 유성춘이 상소를 올린 기록이 있다.

"본도는 음사(淫祀)를 숭상하는데 나주가 더욱 심합니다. 금성산에는 나라에서 제사하는 사우(祠宇)외에 사설(私設)한 신사(神祠)가 대여섯이나 되며 가까운 고을의 사녀(士女)가 구름처럼 모여서 유숙하는데, 혹은 그 배우자를 잃는 자도 있으니, 이는 풍속에 관계되는 바이므로 금지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세종실록에는 태종 때부터 성종 때까지 왕의 측근인 내시가 중앙인사가 직접 나주 금성산에 내려와 금성제 헌관(獻官)으로 제사를 지내고 올라가기도 하였다. 이처럼 금성산 성황제와 같은 제천의식과 같은 일종의 굿이 나주농악의 뿌리가 되었다.

농악이란 원래 '풍장', '매구', '풍물'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것으로 모심기나 추수와 같은 농사일이나 호미씻이 같은 여러 민속놀이와 마을 동제(洞祭), 제의(祭儀) 같은 데에 약사(藥士)들이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 등의 타악기를 치면서 노는 춤과 연희를 곁들인 음악으로 현대에는 변하였다.

농악에는 그 기능에 따라서 당(堂)굿, 지신밟기, 걸림굿, 두레굿, 판굿 등으로 나뉘어진다. 마을굿은 흔히 굿패들이 서낭대를 모시고 풍장을 치며 서낭당에 가서 서낭을 받아 모시고, 다시 풍장을 치며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집돌이를 하고 굿청에서 굿을 하는데, 집들이 할 때 마을 사람들이 서낭대에 돈과 쌀을 달아준다.

무당이 없이 굿패들이 마을굿을 하게되면서 당굿농악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초에 액을 막고 복을 빌기 위하여 당굿농악을 치는 가운데서 마당밟기 농악(지신밟기)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당굿 농악이나 마당밟기 농악을 칠 때 마을의 공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과 쌀을 거두거나, 또는 다리를 짓는다거나 공공회관을 지을 때 마을을 돌아다니며 지신밟기와 같은 농악을 치는데서 걸립농악(乞粒農樂)이 발달하였다.

두레패들이 김매기를 할 때 풍년을 빌고 두레의 일이 잘 되도록 당굿과 같이 농악을 치는데서 두레굿이 생겼다. 판굿은 당굿을 하는 서낭당에서 판놀음을 벌이고, 지신밟기에서도 마당굿에서 판놀음을 벌였는데, 이처럼 걸립패들이 따로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크게 놀이판을 벌이는데서 판굿이 발생하였다. 판굿에서 농악의 기,예능이 발전하게 됨에 따라 저자거리를 돌며 판굿을 벌이고 생활을 하는 남사당패 농악 같은 것이 생겨났다.

'호남우도 농악의 뿌리는 나주농악이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제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는 농악은 그중 이리농악이 호남우도 농악으로 임실필봉 농악이 호남좌도 농악을 대표하고 있다. 1962년 농악 12차로 지정된 이리농악과 임실필봉 농악이 전라도 농악을 대표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나주농악이 호남우도 농악을 대표하기도 하였으나 1960년대를 전후로 맥이 끊겨 그 자리를 이리농악에게 내주었다.

이리농악은 김제와 정읍 등지의 전문적인 농악패들을 받아들임으로서 전문적인 농악단으로 발전하였다.
1950년 당시 김제와 정읍농악은 전국에서 유명한 농악단을 스카우트하여 그 지역 농악을 한층 발전시켰다. 전국대회에서 입상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 농악단을 받아들여 함께 출전하는 게 당시 관행이었다. 이 시기 나주농악을 대표하는 인물이 정읍농악을 이끌고 전국대회에 출전에 입상하였다.

다도면 출신인 이주완은 정읍뿐만 아니라 김제, 임실 등 전국을 누비며 그 지역 농악대에 들어가 전국대회에서 최고상을 휩쓸게 하였다. 바로 이주완이 김제, 정읍농악을 전문적인 농악단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리농악이 호남우도 농악을 대표하고 있지만 실제 호남우도농악의 본고지는 나주농악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