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봉(霽峯) 고경명이 지은 시는 귀래정 뿐 아니라 나주지역 여러 누정에 있다.

‘나주도중(羅州道中)’, ‘금성야작차응순운(錦城夜酌次應順韻)’ 등의 시가 그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주지방의 귀래정제영과 세지면에 있는 쌍벽정(雙碧亭), 나도선(羅燾線) 등이 편한 『나주군지(羅州郡誌)』 등에 대한 제영이 있다.

깊은 시내 옛 숲에 자리한 그윽한 정자엔, 부채 들고 두건 쓴 은자의
풍류자연의 어조(魚鳥)들도 한가히 날 가는 줄 잇고,
집안의 계돈(鷄豚, 닭과 돼지)들은 일연 내내 잘도 자라네.
전원에 은거한 그의 말씨 속되지 않고,
배 부르고 따뜻한 의식(衣食)외엔 구함이 없네.
곡구(谷口)에서 이름난 고명(高名) 서울까지 알려졌는데,
전원에서 늙는 삶을 어찌 덧없다 하랴.

이는 제봉이 7언절로 제작한 귀래정제영의 내용이다.

이 시의 제목은 ‘근차정동연중실일헌운(謹次鄭同年仲實逸軒韻)’이다. 여기서 중실(仲實)은 귀래정의 주인공인 정심(鄭諶)의 자이며, 일헌(逸軒)은 그의 호로서 제봉과는 사마시(司馬試)에 함께 합격한 동년(同年)이다.

그해서 逸軒의 원운(原韻)을 좇아 차운(次韻)하였으되 포의지사(布衣志士)로 알려진 중국의 도연명처럼 은둔하여 전원의 풍류를 즐기건 정심의 삶을 기리어 노래한 것이 제봉의 귀래정제영이다.

다음은 또 제봉이 제작한 쌍벽정제영(雙碧亭題詠)의 내용이다.

찾아 온 손님 모두 훌륭한 인물이요, 쌍벽정(雙碧亭) 서 있는 곳 명승지로다.
야외(野外)의 연광(烟光)은 아름답고 술독 앞에선 희색(喜色)이 가득하다.
굽이진 골짜기엔 물이 흐르고, 내에서 지저귀는 새한 폭의 그림이로다.
다시 찾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 고개엔 한 그루의 고송(孤松)이로다.

참고로 전남지방의 누정 중 제봉이 누정시를 남겼다는 곳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