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없고 날씨도 좋아 유례 없는 풍작을 이뤘지만 뿔난 농심이 벼 야적시위로 확산됐다.

예전 같으면 추곡수매장을 갈 벼 포대가 나주시청 앞 광장에 쌓인 이유는 제값을 받고 팔 길이 막막할 뿐 아니라 쌀직불금 부정수령 파문이 농심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나주시청 앞 광장에는 지난달 28일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농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40kg 벼 포대 5천 여 개가 쌓였다.

▲ 지난달 28일 나주시청 앞 광장에 40kg 벼 포대 5천여개를 쌓아놓고 벼 야적시위를 가졌다.

야적 시위에 참가한 농민들은 "추곡수매가가 생산비에도 못 미치니 야적투쟁을 해서라도 농민들이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뜻으로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땀 흘려 농사를 짓는 사람의 소득을 위해 주는 직불금을 부정하게 가로챈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고 격분했다.

또한, 이들 농민들은 오는 25일 서울에서 열린 예정인 쌀 직불금 부정수령 척결과 농산물 가격안정 등 농민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농민대회에 참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관내 모 농협에서 40kg 기준으로 5만5천원의 선급금을 지불하고 있지만 이 농협을 제외한 다른 농협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 추곡수매가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실시된 공공비축미 수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나주시에 배정된 공공비축미 물량은 27만811가마(40kg기준)지만 농민에게 주어지는 돈은 5만820원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벼 야적시위 첫 날 나주시에서만 5천 여 개의 쌀포대가 산을 이뤘으며 전국적인 농민단체 시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