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라는 브랜드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우리 나주의 무형자산으로 몇 해 전까지 만해도 돈 되는 농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변하여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경쟁해야하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주배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여러 각도의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나주시는 나주배의 품질향상과 재해예방을 위해 노목갱신, 우량품종갱신, 개화기 서리피해예방시설, 태풍에 의한 낙과방지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FTA기금사업으로 대형선과, 저장 시설의 건립에 나서는 등 나주배 품질향상 기반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나주배의 생장조정제로 쓰이는 지베렐린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품질 고급화 전략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지베렐린 문제가 농가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동안 공론화가 되기 어려웠던 점에 비쳐보면 올해 나주시의 지베렐린 감축 의지는 더 이상 지베렐린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나주배 명성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베렐린은 벼 키다리병의 원인균인 ‘지베렐라 푸지쿠로이’를 배양한 식물생장조절제로 과일의 신장과 종자발아, 개화를 촉진시키고 착과율을 크게 높이는 작용을 하며, 인체에는 무해하다.

배 재배농가 대다수가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주배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신고’ 품종의 70%에 지베렐린이 사용되고 있다. 지베렐린 시장규모만 연간 500억∼6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성수기인 추석에 배를 출하하기 위해 지베렐린 사용은 불가피하다. 지베렐린을 사용할 경우 수확시기를 약 5일 정도 앞당길 수 있어 경기도 안성이나 충남 천안 등 타 지역에서 생산된 배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추석 이후에는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경매량이 미미해 소득이 줄어든다. 재배면적이 1㏊미만인 소농의 경우 저온저장시설도 미흡해 가급적 추석이전에 전량 출하를 해야하기 때문에 지베렐린 처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농민들의 현실적 입장이다.

그러나 지베렐린을 처리한 배의 가장 큰 문제는 저장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추석 때 팔리지 않은 배의 경우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성이 현저히 떨어져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이 끝난 후 대도시 농산물 도매시장에 나주배 유통 실태를 파악했는데 일부시장에서 백여 상자가 유통과정에 부패가 발생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를 분석해 보니 놀랍게도 중국산 저급품 지베렐린의 과다 도포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문제된 바 있다.

이처럼 추석 이후 직접 배를 사먹는 소비자나 설 명절 때 선물용으로 쓰이는 제품의 경우 품질저하에 따른 불만이 늘어나면서 나주배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점차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올해를 지베렐린 감축 원년으로 삼고 지베렐린 사용이 단기적으로는 이익일지 모르나 전반적인 품질저하에 따른 이미지 훼손으로 배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역농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농가들의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연도별 생장조정제 감축계획을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베렐린 처리율을 낮추기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현재 72%대의 지베렐린 처리율을 2009년 40%, 2010년 30%대까지 처리율을 낮추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문제는 추석에 출하를 맞추지 못할 경우 농민들은 사실상 한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지베렐린 자율감축을 기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데 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평년보다 빠른 9월 중순인 까닭에 출하를 맞추려 지베렐린을 처리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농가들의 반응이다.

때문에 지베렐린 감축으로 발생한 손실분에 대해 농민들은 금전적인 보전을 요구하고 있고, 이 같은 대책이 보완하고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지원과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농가들이 적극 동참해서 위기를 호기로 바꿔 나가는 의식의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이재태(나주시 시민참여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