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나믹 부산' 유감』

신문기자 출신으로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강사인 최용식이 펴낸 책 『한국영어를 고발한다』가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슬로건인 'Dynamic Korea'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dynamic'에는 부정적인 측면의 '역동적인 힘'도 포함되기 때문에,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채 강철봉을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나,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한국의 정치'도 떠올릴 수 있어서 마뜩잖다는 것이다.

국가 슬로건이 그렇다니 국민으로서 기분이 조금 좋지 않은데, 부산 시민이라면 기분 나쁠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2004년 초에 선정된 부산시의 슬로건 'Dynamic Busan'이 국정홍보처에서 국가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는 'Dynamic Korea'를 모방했다는 것이 최용식의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이것만 해도 기분이 좀 그런데, 그는 한마디 더 한다.

즉, '인천 시민들 입장에서는 Dynamic Incheon도 충분히 말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니, 말인즉슨 반드시 부산만 'dynamic'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 좀더 특징 있는 부산다운 슬로건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를 돌려서 하는 셈이다.

부산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또 한 가지가 더 걸린다. 부산시가 한글로는 이 슬로건을 '다이나믹 부산'이라고 쓰고 있는 것. 'dynamic'이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다이내믹'인 줄 알고도 이렇게 썼으면 문제요, 모르고 썼다면 더 큰 문제다.

홈페이지를 잠깐 둘러보았는데도 '컨텐츠(→콘텐츠)'나 '로고타입(→로고타이프)', '카셋트 테이프(→카세트 테이프)'처럼 틀린 외래어 표기가 눈에 여럿 띄는 걸 보면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기는 한데...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