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집회에 몰린 100만 명이 엄는 국민들, 선거 하루 전날 의문의 피격을 당한 여당 후보, 2만여 표 차이로 패배한 야당의 불복 선언, 법원의 투표함 봉인 결정….

신문 맨 위의 ‘국제면’이라는 지면 이름(문패)만 가리면 마치 ‘옛날 우리나라’를 되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대만 총통 선거 관련 기사다.

하지만 대만이나 우리나 아직도 여전히 정치에 발목을 잡힌 나라라는 데 생각이 이르면, 잠깐 느꼈던 약간의 우월감은 금방 우울함으로 바뀐다.

대만의 수도를 ‘타이페이’라고 쓰는 신문과 방송이 아직도 종종 보인다. 이렇게 틀리게 쓰는 이유는 발음이 쉽기 때문인 듯한데, 옳은 표기는 ‘타이베이’다.

중국어에서 ‘北’의 표기가 ‘페이’가 아니라 ‘베이’인 것은 베이징‘북경(北京)‘이나 허베이성(河北省),  중국 지도부의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 같은 지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발음은 ‘타이빼이’에 가까울 수 있겠지만, 외래어표기법은 중국어에서 ‘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베이’로 써야 하는 것이다.

한때 우리가 ‘자유중국’이라고 부르던 대만과 ‘중공’이라 부르던 중국. 이렇게 두 나라의 이름과 국제적 지위마저 뒤바뀌었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대만 ‘정치’를 보노라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