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절도사와 수령의 무리가 크게 술과 악대를 거느리고 우리 고을에 와서 연회를 베풀다 (兵使守令輩 大率酒樂 來宴本州)

1)
無愆東作望西成  모내기가 탈이 없으니 가을걷이를 바라보는데
列邑官員載酒行  각 고을의 관원들이 술을 싣고 행차하네
秋來征稅從中上  가을이 되어 세금은 중에 상이니
米太不知何處生  쌀과 콩이 어디에서 나는 줄도 모르네

2)
割取民膏備豊饍  백성의 기름을 갈취하여 풍성한 음식 마련하니
一盤何?一千錢  쟁반 하나에 어찌 천 푼에 그칠 것인가 ?
閭閻懸磬皆饑渴  마을에선 양식 떨어져 모두 주리는데
朝夕延生荷二天  아침 저녁으로 연명함은 은인의 덕분일세

※ 이천 : 사람은 천은을 입어 살아가는데 하늘 밖에 또 하나의 하늘이 있다는 의미로 은인을 말한다.

3)
部民告訴贓汚法  백성들이 뇌물과 부패의 법을 하소연하니
亡國應由此二條  나라 망함은 이 두 조목에서 말미암네
腹非尙斷全家律  속으로 연좌의 법을 아직 끊지 않으니
八路生靈盡烙?  팔도의 백성들이 모두 고문을 당하는구나

윗 시들은 시서선생께서 1632년경에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 앞쪽에 1632년 4월 17일 지은 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병마절도사가 여러 고을의 수령들을 대동하고 나주에서 와서 크게 연화를 개최 할 때의 모습을 보고 6편의 시를 지었는데 오늘은 3편만 소개합니다. 1632년경이면 정효성목사가 재임하고 있을 때입니다.

무슨 일로 나주에 와서 연회를 베풀었는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시 내용으로 보면 대규모의 인원이 참가한 것 같습니다.

▲ 김종순 고대문화 TF팀장

당시 연회가 열린 곳은 나주목 객사인 금성관 일원이었던 같습니다. 소개하지 않은 시에 “금성관의 피리와 노래소리는 우레처럼 울리는데” 라는 싯구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금성관은 망궐례를 행하는 곳이지만 중앙의 관리들이 나주를 찾았을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 관찰사가 나주 순행시 집무를 보는 공간입니다.

병마절도사는 종2품의 지방관직으로 흔히 병사라고 합니다. 지방의 군사조직을 정비하고 1457년(세조3) 전국에 진관체제를 실시하고 1466년 병마도절제사를 병마절도사로 고쳤다.

전라도에는 조선 초기에 고내상(송정리)에 병영이 있었으나 강진군 병영으로 이설하여 병마절도사영이 설치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때의 명칭인 병영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시 내용이 병마절도사의 연회를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2번째 시를 읽어보면 어디선가 많이 듣던 글귀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 춘향전에서 이도령의 어사출도에 앞서 변학도에게 보내는 글에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이 나오는 것 기억 나십니까 ? 참 376년전 나주땅에 살았던 지식인의 외침은 오늘의 나주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 금성관

다산 정약용 선생은 시에 대해서 말하길 “시경에 있는 모든 시는 충신 효자 열녀 진실한 벗들의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의 발로로서,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한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며,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는 것이며,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그러한 뜻이 담겨있지 않는 내용의 시를 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유배지에서 보낸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편역 창비 53쪽 인용) 라고 하였습니다.

이시가 다산선생이 말씀하신 시에 대한 기준에 적확하게 일치함을 봄니다.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