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유가족 마음 이해하나 과도한 요구"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은 산모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지자 유가족들이 해당 병원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나섰다.

지난달 25일 오후 6시경 성북동 모 산부인과에서 오모(40)씨가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은 뒤 2시간 반 동안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광주 기독교병원으로 후송하던 중 숨졌다.

▲ 숨진 오씨의 남편 주모씨는 병원과 보상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5일 병원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숨진 오씨의 남편 주모씨는 병원과 보상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5일 병원 입구에 "의술이 좋아서 사람을 죽였으니, 의술이 좋으니 사람만 살려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주씨는 "수술 당일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10여분만에 아이를 낳았지만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면서 "병원에서 이미 숨을 거뒀는데 유가족들에게는 사망 사실을 숨기고 광구 기독교병원으로 후송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주씨는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이틀만에 병원에서 천막을 철거해 버렸다"며 "영업방해로 신고할 테니 정식 집회신고를 하라고 해 오늘 경찰서에 정식집회를 신고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이 사람 죽여 놓고 너무 뻔뻔하다"고 울분을 터트리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린 세 자녀를 누가 키우느냐"며 하소연했다.

한편 산부인과 김모 원장은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해 "수술이 정상적으로 끝났는데 회복실로 옮겨진 후 산모가 갑자기 호흡곤란과 함께 심장이 정지돼 응급처지를 취했었다"면서 "사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아 급히 광주 기독교병원으로 후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가족의 아픈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며 "천막도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이 아니라 천막이 바람에 날려 주차돼 있던 차량을 덮쳐버려 일단 치어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숨진 오씨의 시체를 국립과학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유가족과 담당의사, 간호사를 대상으로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