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통일의 비원 평생 가슴에 묻어

제89돌 3·1절을 맞아 하산(何山) 김철(金哲) 선생 추모식이 나주사랑시민회 주관으로 나주복초등학교 교정 옆 선생의 묘소에서 엄숙하게 치러졌다.

추모식은 올해로 8번째로 나주사랑시민회가 주관하며 신정훈 시장과 나익수 의장의 추모사와 삼남 김대호 선생의 유가족인사, 3·1절 노래제창, 만세삼창,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 하산 김철 선생 추모식을 마치고 삼일절 노래제창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나주사랑시민회)

김철 선생의 본명은 복현이며 호는 하산이다. 선생은 1890년 10월 7일 나주단발령의거를 주도했던 김창곤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단발령의거 실패로 아버지 김창곤이 처형당한 후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1919년 교회활동을 통해 항일운동을 모색하던 선생은 광주·전남지역의 3·1운동 책임자로 추대되어 광주3·1운동을 주도했으며 목포 등을 방문해 전남 각지로 시위를 확산시켰다.

3·1운동으로 체포되어 재판에 선 선생은 "이 운동의 주도자는 나다. 내 지시에 따라 행동한 학생들은 그냥 돌려보내라. 내 이름은 김철(金鐵)이다. 쇠는 불에 달구고 두들길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얼마든지 해 볼테면 해봐라"라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선생은 철(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나중에 철(哲)로 바뀌었다. 해방을 맞이한 선생은 전남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되었고 건준이 해체된 후 인민위원회에서도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1946년에는 신민당의 전남지역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조선인민당에서도 활동했다.

이 후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다시 옥고를 치르고 분파투쟁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이선으로 물러나 친일세력의 재등장과 남북분단, 정치부패, 동족상잔의 전쟁을 목격하면서도 그저 한숨으로 밤낮을 보냈다.

1960년 4·19혁명 이 후 사회대중당 전남도당을 결성했고 사회대중당에서 분리된 사회당 고문을 맡아 민주주의의 완성과 조국통일을 위한 마지막 투쟁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 역시 5·16군사 쿠데타로 짓밟혀 버렸고 민주주의와 통일의 비원을 가슴에 묻은 채 1969년 가족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항일민족운동의 침체기였던 시기에 나주 출신으로 광주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해 전남지역의 3·1운동을 촉발시켰던 선생을 기리는 추모식이 매년 거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