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메를 다시 고쳐 매겠습니다.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특별하게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이겠지만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우리 모두는 무자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변함없이 떠올랐던 태양이지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날의 태양이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새로 시작한다는 ‘시간의 질서’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나 나주투데이를 아껴주시고 애정과 관심을 베풀어주신 향우님들과 나주시민여러분!

비록 부족함은 많아도 ‘종이는 같지만 기사는 다른 신문을 만들겠다’는 깊은 사명감과 자존심으로 지령 286호라는 무자년 신년호를 발행하기까지는 향우님들과 지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채찍이 공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철웅 편집국장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오늘, 7년째 여러분에게 새해인사 드리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매번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지나간 1년을 뒤돌아보면서 ‘지역언론으로서 책임을 다했는가’에 대한 자문을 해 왔지만 지난 7년 동안 단 한번도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했는데 올해도 ‘그렇다’라고 답하지 못함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더욱이 지난 한해는 몇몇 큰 사건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사화 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후회합니다. 지역사회라는 메카니즘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청탁을 거절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단 한 푼의 촌지나 뇌물 수수 또는 유흥을 대접받고 기사를 휴지통에 버리지 않았지만 그걸로 자위(自慰)하지도 않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으로 당사자들의 진퇴가 걸린 사건들이었지만 그들의 인맥을 총동원한 ‘전방위 로비’ 앞에 나주투데이의 창간이념과 초심은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언론으로서 사회적 사명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뒤로 미뤄야 하고, 인간적인 정을 앞세워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언론은 언론인으로서 자기존재를 상실한 것이며, 여기에 고독과 비판을 견딜힘이 없으면 언론인으로서 직업을 포기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2001년 유난히도 무더웠던 그 해 여름, 흔하디 흔한 에어컨 하나 없는 사무실에서 제대된 지역신문 하나만 만들 수 있다면 나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어리석은 꿈‘을 꾸며 출발한지 7년. 변하지 않는 초심으로 나주역사를 기록하겠다는 그 때의 사명감과 창간이념은 7년이 지난 지금 빛바랜 추억 속의 사진으로만 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자괴지심(自愧之心)에 빠져 있습니다. 변명하지 않고 겸허하게 자아비판하면서 반성하겠습니다.

무자년 아침,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실천하지 못할 신년사로 향우님들과 지역민들을 기망(欺罔)하지 않겠습니다.

오직 창간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도와 논평에 있어 ‘성역’과 ‘금기’를 혁파하고, 연고주의와 지연, 학연, 혈연이라는 족쇄를 더 이상 차지 않기 위해 신들메를 다시 고쳐 매겠습니다.

지역민의 알권리가 ‘인간적’이라는 미사여구로 치장한 야합으로 적절히 숨겨지고, 부정부패와 비리가 ‘인간적’이라는 미명 하에 저질러지고 정당화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 다시 회한(悔恨)에 가득 찬 신년사를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나주투데이」 임직원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희망의 싹을 틔우고 감춰져 잘 보이지 않는 빛을 찾아 그 역할을 다 하려고 합니다.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듯이 거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이며, 밝은 세상을 비추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신문으로서 나주역사의 한 획을 긋는 지역신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