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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창동 4통·23통
김덕수 객원기자  |  najuk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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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호] 승인 2024.05.27  00: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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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로 동네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차 한잔에 정성

대흥동 남쪽 강변 이창들 농경지에 주택·상가 늘어 2014년 23통 신설
또래 30여명 어울려 놀던 기억…외국인노동자 많아 마트·전문식당 생겨
   
▲ 대흥동 남쪽의 비옥한 농토에 다세대주택과 상가들이 들어와 이창동 4통과 23통이 됐다.
 
만봉천과 영산강을 터전삼아 벼농사를 짓던 농경지에 다세대주택과 상가가 들어섰다. 이창동 4통과 23통은 법정동인 대흥동의 남쪽에 위치한 비옥한 농토로 ‘이창들’로 불리었다. 2007년 처음으로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고 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행복주택 150세대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이곳이 농토였다는 기억마저 잊혀지고 있다. 이창 3, 4통이던 대흥동에 주민이 늘어나자 2014년 23통이 새로 생겼다.
 
왕곡면이 고향인 믿음카센터 최성남(53세) 사장은 “97년부터 광주에서 정비 일을 하다 2010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했다”며 “직원을 고용할 형편이 안 돼 혼자 힘으로 하고 있는데 ‘내 시간이 없다’는 것 빼곤 할 만 하다”고 웃는다. 최 사장은 “전반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고칠 것 아니면 뒤로 미루는 것 같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시한을 3개월로 정해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고 현장에서 깨닫는 경제해법을 제시한다.
 
“집 옆 도살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곱창 등을 가져오면 어머니가 재료비만 받고 끓여주던 것이 처음 시작한 계기”라는 석기네곱창 최행숙(71세) 사장은 “남편 직장이 있는 울산에서 25년여 사는 동안 ‘곱창으로 식당을 하면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며 “20여년 전 남편이 회사를 목포로 옮기면서 어머니 모시고 본격적으로 곱창전문식당을 열었다”고 수줍게 웃는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선창에서 부모님이 하시던 젓갈집을 이어받았다”는 추자젓갈 사장(66세)은 “무거운 젓갈통을 옮기고 장사하느라 골병이 들었다”며 “어려서부터 엉덩이뼈가 아프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내다 제대로 치료를 못해 걷는 것도 힘들어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2014년에 집 짓고 이사왔다며 “내 이름은 안 가르쳐줄 거다”고 장난기어린 웃음을 짓는다.
 
   
▲ 23통 주민들이 빈터를 텃밭으로 일구고 있다.
 
산포면 산제리에 소재한 국립나주병원에서 33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경기도의 대학에서 간호학과 교수로 5년을 보낸 뒤 은퇴한 최○○(72세) 씨는 “원룸 임대로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2008년에 이곳 토지를 매입했는데 투지기회를 놓쳤다”며 “방치하는 것보다 텃밭으로 일궈 식구들 먹거리라도 재배하려고 한다”며 고구마 순을 심고 있다.
 
“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대흥동을 떠난 적이 없는 진짜 본토박이”라는 대흥농기계 윤해성(62세) 사장은 “농기계 수리만 40여년을 했고 20년 전에 이곳에 내 회사를 차렸다”며 “기술이 좋아선지 사람이 좋아선지 모르겠지만 멀리 남평읍이며 다도면에서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다”고 한다. “대흥동에만 또래들이 30여명 있었다”는 윤 사장은 “그 때랑 비교하면 지금의 영산포는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아쉬워한다.
 
빛가람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 행복주택에 입주한 박조은(26세) 씨는 “운동하다 기구가 넘어져 십자인대 파열로 6개월 진단을 받고 5개월째 재활치료 중”이라며 “치료가 끝나면 섬유디자인 전공을 살려 일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서울이 고향인 박 씨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아버지가 근무하는 한전KDN이 나주로 이전하면서 함께 왔다”고..
 
“작년 2월 행복주택 추가모집에 신혼부부 자격으로 입주했다”는 강다솜(32세) 씨는 “신축 아파트라 깨끗하고 조용해 초등 1년인 아이와 함께 살며 성북동 직장에 출퇴근하는 데 만족한다”며 “남편 직장이 서울에 있어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주말부부”라고..
 
   
▲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팔각정이 어린이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태국 북동부 우런시에 살다 취업비자를 받아 왕곡면 혁신산단의 정육업체에 근무하는 깃티삭(37세) 씨는 “제품 포장을 맡아 일한 지 2년 됐다”며 “앞으로 2년 더 일해서 고향으로 돌아가 과자며 음료를 파는 가게를 여는 꿈을 위해 꾸준히 저축하고 있다”고 한다. 깃티삭 씨의 경우와 같은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어 4곳의 아시아마트와 타이음식 전문식당이 있다.
 
서울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다 고향과 가까운 곳으로 발령받아 작년에 이사왔다는 정성규(44세) 씨는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적성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공제회에서 근무한다”며 “나고 자란 광주랑 가까워 너무 좋고 2026년 광주운전면허 시험장이 문을 열고 기회가 된다면 광주에서 근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희망을 토로한다.
 
만봉천을 가로지르는 양곡교 지나 23통이 시작되는 카페 파밀리에 송향숙(67세) 사장은 “동네 사랑방 같은 평범한 찻집을 차리려고 준비하다 ‘외지인들이 찾아 올 수 있도록 차별화해야 한다’는 아들 말에 긴가민가 했는데, 실제로 광주며 인근 도시에서 많이 찾아 온다”며 “우리 집으로 인해 동네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차 한잔에 정성을 담는다”고 한다. 고향인 금천면에서보다 더 오랜 40여년을 이창동에 산다는 송 사장은 “8년 전 카페를 열기 전엔 15년 동안 낙지 전문식당을 했다”고 덧붙인다. 송 사장의 정성에 부응하듯 인근 지역민들이 찾아오는 나주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배권주 23통 통장·이창동 통장협의회 회장
 
“자미축제 출발인 면민잔치 기획한 게 공직 보람”
 
“인근 영암이며 강진에서 지금은 국도13호선이 된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소를 끌고 줄지어 영산포우시장으로 향하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1971년 영산포읍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6년 나주시청 회계팀장으로 정년퇴직한 배권주(76세) 이창동 통장협의회 회장(23통 통장)은 “대흥동 입구 장승백이 부근으로 정미소랑 중화요리집이 많았고 오가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며 “전라도 상권의 중심을 이루던 영산포의 옛 영화가 되돌아 오길 희망한다”고 한다.
 
“반남면 총무계장으로 근무하던 80년대 자미축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면민잔치를 기획한 게 공직생활의 가장 보람찬 기억”이라는 배 회장은 “지역축제라는 개념조차 없던 당시에 마을마다 음식을 장만해서 고분이 있던 자미산 중턱에 모여 한마당 잔치를 열었다”며 “각 계별로 임무를 나눠 함께 즐겁게 일한 덕택에 면장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고 덧붙인다.
 
“동네 빈터에 고추며 오이, 가지, 호박 등 텃밭농사를 지어 주민들이랑 나눈다”는 배 회장은 “작년에 배추 100포기를 심었는데 주민들이 밭도 집처럼 깔끔하게 농사를 잘 짓는다고 칭찬하더라”며 목소리에 힘을 준다. 6년 전부터 서예를 배우고 있다는 배 회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주민센터 서예교실에서 글쓰기에 집중한다”며 “서예인들의 모임인 금묵회 회장을 3년째 하고 있다”고..
 
“우인들과 무안군 삼향읍 임성리의 신부 집에 가서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결혼식을 올린 다음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고향인 왕곡면 장산리로 와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는 배 회장은 “내리 딸만 넷을 낳은 어머니가 46세에 늦둥이로 본 독자여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음식 솜씨 좋다고 이창동에 소문이 자자한 집사람 덕에 서예교실 점심 반찬은 항상 우리 몫”이라고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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