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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순(전 나주시청 문화예술과장, 학예연구관) |
나주는 기름진 농토가 넓은 곳이다. 모두가 영산강이 내어준 풍요이다. 그 가운데 중심을 이루는 지역이 다시면 지역이다. 다시면 회진리와 가흥리 사이로 넓게 펼쳐진 들판에 우뚝 솟은 복암리고분군이 있다. 고분군 북쪽으로 백용산이 있다. 이 산자락에 삼봉 정도전이 귀양살이했던 소재동이 있다.
다시 들판에 들어선 4기의 고분군이 ‘복암리고분군’은 영산강 유역 고대사의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유적이다. 현재는 4기만 있지만 주민들의 이야기는 경지정리 과정에서 여러 기의 고분이 없어졌다고 한다. 복암리고분은 유적의 중요성이 알려져 전라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었다.
1995년 고분군 정비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유구가 발견되었다. 당시는 고분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고분의 사방으로 시굴갱을 넣고 범위를 찾아서 규모를 추정하여 정비하는 제도가 완전하게 확립되지 못했던 시기였다. 또한 고분 정비에 필요한 기초조사는 문화재청의 조사 허가 없이 하던 시기였다.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 시굴갱을 녛어 조사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조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1996년 5월에서 6월까지 2달 동안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때 3호분의 96석실 천정의 귀퉁이를 통해서 도굴되지 않은 석실의 존재를 확인하고 1996년 6월 정밀학술조사에 대한 현장 자문회의를 거쳐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이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하고 전남대박물관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96석실에 대한 조사가 먼저 진행되어 5세기 말 6세기 초에 축조된 횡혈식석실묘에 영산강 유역 토착 무덤인 옹관이 들어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불어 금은장환두도, 금동신발 등 중요한 유물이 출토되어 3호분 전체에 대한 발굴조사가 1996년 11월 ~1998년 9월까지 진행되었다.
발굴조사 과정에서 유적의 중요성이 인정되어 사적으로 가지정되고 1998년 2월 20일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학술대회도 2번이나 개최되었다. 발굴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주시 문화예술과에서는 태풍에 대비한 우장막을 특수주문 제작하여 고무밴드에 큰못을 박아 고정하고 수시로 관리하는 의미는 있지만 고역의 시간이 많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96석실은 1,500여 년 동안 입자가 고운 흙이 석실을 메우고 있어 석실에 들어가 조사하는 조사원은 가슴과 등에는 항상 흙이 묻었다. 나도 석실에 들어갔는데 머리를 들이밀고 허리를 뒤로 휘어들어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번은 조선일보 문화부 신 모 기자가 휴가를 얻어 복암리를 찾았다. 특종을 따기 위한 노력이었다. 신 모 기자의 예감이 맞았다. 이때 금동신발이 출토되었다.
현장의 책임자는 신 모기자 모르게 직원의 승용차에 금동신발을 실어 서울 문화재관리국으로 보내버렸다. 당시는 한 언론사에 자료를 알려주면 타 언론사의 불만이 많아 정해진 일정에 따라 발굴조사 자료를 배포하는 형국이었다.
흔히들 오래된 고분을 발굴조사 하면 이에 따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복암리고분은 도굴당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문중의 선산으로 사용되고 있어 피해당하지 않았다. 조사원들은 큰 피해는 없었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논두렁으로 처박힌 사건 말고는 특이한 점은 없었으며, 훗날 조사에 참여한 한 분은 대학교수가 되었고, 한 분은 문화재청의 과장으로 승진하여 지금도 재직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복암리고분 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이 많았다.
1999년 KBS 1TV 역사스페셜에 ‘최초 발굴 나주 아파트고분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으로 다큐가 제작 방송되었다. 이후 복암리고분은 일명 아파트고분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하나의 방대형 분구 속에 옹관 22기, 수혈식석곽 3기, 횡혈식 석실1기, 횡구식석곽 1기, 횡구식석실 2기, 석곽옹관 1기, 목관 1기 둥 7종 41기의 무덤이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28기는 분구를 방대형으로 확장한 다음에 조성된 무덤으로 이러한 특성을 보고 ‘아파트고분’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당시 최영민 다큐PD는 역사스페셜의 전신인 ‘한국의 미’에서 ‘영산강에 흐르는 천년의 노래’라는 작품을 제작할 때 인연이 있어 복암리고분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당시 시청률이 경이적으로 10%가 넘었다고 한다.
한편 발굴이 끝나갈 무렵 복암리고분에서 출토된 40여 기의 옹관을 현장에서 특수 제작된 컨테이너에서 복원하였는데 옹관을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옮기는 작업이 문제였다. 발굴팀이 생각해 낸 것은 컨테이너를 통째로 들어 트럭에 실어서 가기로 했다.
광주박물관에 도착해서 옹관을 처음 꺼내는 자리에서 옹관이 폭삭 깨졌으나 나머지는 무사히 수장고로 들어갔다. 복암리고분은 경지정리 과정에서 살아남았고 정비 과정에서 기초 조사팀이 둔 무리수가 오히려 약이 되어 영산강 유역 고대사를 밝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장면은 고분군 위에 어린이를 묻은 곳에서 나온 신발 전체에 가늘게 실금이 간 어린이 검정 고무신이 떠오른다.
한편 고분군 인근에 건립된 복암리 고분전시관은 1996년에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개관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20년 동안 업무를 보면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개관이 이루어져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전시관으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나주시의 자산이 되었다, |
사랑도 총량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