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요즘 고구마가 간식으로 인기가 높다. 건강에 좋은 것과 함께 당도가 높아 맛있기 때문이다. 고구마의 당도는 품종에 따른 차이 외에 어떻게 삶는가에 따른 차이가 크다. 고구마의 당도는 가열에 의해 높아지는데, 이것은 고구마의 주성분인 전분과 고구마에 포함된 아밀라아제라는 효소와 관련이 있다.

전분은 포도당이라는 작은 알갱이가 사슬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아밀라아제에는 이것을 잘게 자르고, 포도당이 2개 연결된 맥아당이나 3개 이상 연결된 올리고당이라는 당을 만들어 내는 작용이 있다. 맥아당은 설탕의 1/3 정도의 단맛이 있으므로 아밀라아제를 잘 활용하면 꿀이 스며든 것처럼 달콤한 고구마 맛을 낼 수가 있다.

아밀라아제를 활용하여 고구마를 달게 하는 데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전분이 호화(糊化)한 상태에서 아밀라아제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밀라아제가 깨지지 않고 작용하도록 온도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전분은 물과 가열하면 부드러운 접착제가 된다. 이것을 호화(糊化)라고 한다. 가열하지 않은 전분은 사슬끼리 꽉 막혀있어 효소가 들어갈 수 없으나 가열하는 것으로 사슬과 사슬 사이에 틈이 생겨 물이 들어가 아밀라아제가 작용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고구마의 전분이 호화를 시작하는 온도는 65~75℃이다. 아밀라아제는 80℃가 넘으면 부서져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65~80℃의 온도대가 가능한 한 길어지도록 가열하면 아밀라아제가 최대한으로 작용해 단맛이 강한 고구마가 된다.

단맛이 강한 고구마 중 대표적인 것은 군고구마인데, 이것은 통고구마를 65~80℃에서 오랫동안 가열하기 때문이다. 고구마를 빨리 익히기 위해서 작게 자르거나 전자레인지로 가열하게 되면 재빨리 익게되나 고구마가 달게 되는 온도 대를 곧바로 지나 버리므로 달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구마를 잘라서 이용하면 조림이나 밥 등의 요리에는 편리하나 간식으로 달콤하게 먹고 싶은 때는 통째로 차분히 시간을 들여서 조리하는 것이 좋다. 고구마를 통째로 가열하면 열이 고구마 안쪽까지 천천히 전해지고 그만큼 아밀라아제가 잘 작용한다.

고구마는 이렇게 가열 온도 대와 시간이 당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과거 나주 고구마는 같은 품종의 고구마인데도 대체적으로 전남 동부 산간 지역의 고구마에 비해 맛이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그 원인은 열원과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나주에서는 평야가 많아 쌀 방앗간의 부산물인 왕겨를 땔감으로 많이 사용하므로 65~80℃의 온도 대가 길었고, 그로 인해 아밀라제가 최대한 작용해 삶은 고구마의 단맛이 강화되었을 것이다.

반면에 전남 산간 지역에서는 장작 등 화력이 센 불로 고구마를 삶다 보니 65~80℃의 온도 대의 시간이 짧고, 80℃ 이상의 온도에 빨리 도달해서 빨리 익게 됨에 따라 아밀라제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주의 고구마가 맛있던 것처럼 나주의 천연염색이 발달한 배경에는 풍부한 물, 영산강변의 포전, 영산강을 통한 유통, 우수한 염색 기술의 전승 등 천연염색의 발달에 유리한 요소들이 많았던 과거가 있었다. 그 과거들은 알아두면 오늘날 지역 정체성, 콘텐츠 및 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하고 훌륭한 자원이 되므로 관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유익하게 활용하길 기대한다.

▲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천연염색 작품전시회(2024.4.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