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버려진 택배 상자를 주워 모아 부지런히 정리하는 노인들을 본 적이 있다면 쓸모없는 택배 상자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점심시간에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버려진 종이상자를 주워 모으는 사람들…. 그들은 보잘것없는 소일거리를 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있다. 손주의 간식거리, 생활비, 월세를 떠올리며 삶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종이상자를 손수레에 싣거나 머리에 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종이상자를 짊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종이의 무게만큼 손주에게 맛있는 간식거리를 사줄 수 있다는 간절함과 더불어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일거리나 줄어들 수도 있으니 날이 좋은 날 있는 힘껏 날이 저물 때까지 주워 모아야 한다. 

 

“할머니 여기서 뒤적거리지 말라고 했지! 저리 안 가!” 

 

“할아버지 또 오셨네! 이거 무단침입이야! 저리 안 꺼져!”

 

“아~씨 냄새나게! 리어카 안 빼! 확! 때려 부숴버릴까 보다!”    

 

간혹 듣게 되는 욕설이 섞인 말들도 자식뻘 되는 아이들의 투정이라 생각하고 빙그레 웃는 그들은 우리 사회의 빈껍데기 또는 쓰레기가 아니라 도시를 청소해주고 누군가의 꿈을 키워주는‘희망’인 것이다. 

 

<쓸모없는 택배 상자라도 더럽히거나 찢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추운 겨울날 누군가에게는 아늑한 집이 되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 판잣집에서 살았던 때를 떠올려보면 종이상자를 주워 온 날은 정말 기뻤다. 비에 젖어 푹 꺼져버린 외벽 사이의 종이를 교체할 수 있고 문틈 사이사이게 접어서 받쳐 넣으면 겨울밤이 따뜻했다. 덕분에 추운 겨울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까지도 떠오르곤 한다. 

 

그때 그 시절 더럽히거나 찢지 않고 밖에 고이 놓아놓는 이웃들의 사소한 배려 덕분에 나는 어린 시절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으며 지금도 종이상자는 많은 이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행동들은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지금 작은 식당의 사장이 되어서도 식자재를 배송받으면 택배 상자를 고이 모셔두었다가 필요하신 분들께 내어 드리곤 한다. 

 

“야~ 그거 발로 차지마! 찢지 마!”

 

버럭 소리를 치면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선 되묻곤 한다.

 

“쓰레긴데 왜 그러세요? 사장님 쓰시게요?”  

 

그럼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거 아는분 드릴 거야~” 

 

(보잘 것 없는 쓰레기라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희망과 행복의 보물상자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상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분리수거장이나 건물 한편에 쌓여있는 택배 상자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비롯하여 수거하는 사람까지 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보물상자가 된다. 가난했던 추억과 배고픔은 종이상자를 통해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지난 추억을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다른 이들에게 보물상자로 전하는 삶은 실천하기 위해서 지금도 버려지는 택배 상자를 소중히 다루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