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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시인이다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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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호] 승인 2024.02.26  01: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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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올해 104세가 되는 노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새해 꿈은 시인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앞으로 5년의 삶이 더 주어진다면 나도 시를 쓰다 가고 싶다면서 시다운 시를 쓰지 못하면 산문이라도 남기고 싶다고 했다. 100세를 넘기면서 아름다움과 사랑이 있는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제야 깨달았다고 했다.

시인 윤동주와 중학교 3학년 같은 반에서 공부한 인연이 자연스레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더 주목한 것은 그 나이에도 가슴 설레듯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초월해 항상 꿈을 꾼다는 것이 그분의 현재를 있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 더구나 시인이 되고 싶다니. 많은 국민의 존경을 넘어 이제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있는 그분의 삶 자체가 이미 시인데 문단 등단 절차를 밟아야만 시인인가. 그는 이미 시인이다.

92세 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시바타 도요 일본 할머니. 유복한 쌀집의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10대 때부터 가세가 기울어 음식점 등에서 더부살이하며 성장했다. 20대에 결혼했으나 이혼하고 33세 때 주방장인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재혼했다. 아들 겐 이치를 낳고 재봉일 등 부업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았다. 80세에 남편과 사별하고서는 홀로 무용을 취미 삼아 생활했다. 그러나 허리가 아파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어 낙담해 있을 때 외아들의 권유로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 92세 때이다. 그 후 우연히 산케이신문 아침의 시코너에 소개되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그녀는 98세의 나이에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 둔 돈으로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판했다. 소녀 같은 감성과 유머 감각,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호평받으면서 158만 부나 팔리는 초베스트셀러 시인이 되었다. 2013102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6권의 시집을 발간할 정도로 왕성한 시작(詩作) 활동을 하였다. 그녀의 바람과 햇살과 나를 가만히 음미해 보자.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나만 그럴까. 이 시를 읽다 보니 왠지 여유가 생긴다. 인생은 원래 혼자라는 진실을 이렇게 상큼하게 알려주다니.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수다를 떨다니. 이 시 외에도 약해지지 마’ ‘저금’ ‘살아갈 힘’ ‘하늘’ ‘비밀등의 시들도 어렵지 않게 읽힌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다시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게 한다. 2013103세로 타계할 때까지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시를 쓰다 생을 마감했다.

고령화는 우리 시대 모두에게 축복만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 그래서 고령화 시대에서 삶의 질은 더없이 중요한 문제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건강 너머 일상의 삶은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저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건강이 받쳐줘야 한다. 나는 시 짓기를 권하고 싶다. 인생의 온갖 질곡을 경험해서 우러난 이야기를 시로 표현할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시바타 도요처럼.

아무나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지만 누구나 지을 수 있는 시. 꼭 시가 아니라도 수필이나 소설이면 또 어떤가. 설사 다른 건강 일부가 무너지더라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만 있다면, 연필을 잡고 글씨를 쓸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신 운동이다. 따로 돈 드는 일도 없는 경제적인 활동이다. 더구나 문학은 자신이 지나온 삶의 또 다른 형태의 기록이지 않겠는가. 나의 노후 삶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는 오늘. 우리는 누구나 시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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