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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피자 한판’과 같다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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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승인 2024.01.01  03: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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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마! 잘 있었나! 일루와봐!” 

그 무서운 형들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한적한 공사장 구석으로 들어가자 내 또래 아이들이 예닐곱 명이 있었다.
 
우리는 2~3명씩 한 조가 된다. 조별로 형들을 따라 먼 그곳까지 걸어갔다.
 
“어이 1번!” “마 정신 안차리노!” “여기 빈병박스 보이제? 내가 들어가서 시간 끌 테니까 니들은 이것들 들고 목욕탕 뒤로 갔어라!”
 
하지만 손이 작았던 아이들은 1인당 고작 2병씩밖에 옮기지 못했다. 
 
“마! 느그들 장난치나!”
 
우린 고작 13병을 훔쳐왔을 뿐이다. 1병에 30원씩, 총 수입은 390원. 우리는 먼 곳의 구멍가게를 7곳이나 돌고 나서야 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가 기지를 발휘해서 빈병을 1인당 4~5개씩 비닐봉지에 담아 옮기게 했었기 때문에 가능한 수입이었다.
 
“이새끼! 깡도 좋고 머리도 좋네!”
 
우리는 라면, 과자 등을 사서 바닷가로 갔다. 부둣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잘게 부셔놓은 라면에 스프를 뿌려가며 먹었다.
 
바닷가에서 식사하고 우린 다시 빈 병 줍기를 또 했다. 밤늦게 술을 마시고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빈 병은 제법 많이 주워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주말마다 모여서 여러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게들의 빈 병을 훔치거나 줍곤 했었는데 비 오는 날과 학교 선생님, 경찰 아저씨를 만나는 날은 일(?)을 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참으로 비효율적이고 힘겨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항상 아이들에게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내가 누군가와 어울리고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과자를 맘껏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다. 
 
우리는 점점 대범해지면서 대놓고 빈 병을 훔쳐서 달아나다가 주인이 따라 나오면 그사이에 대기하고 있던 아이들을 시켜서 과자를 훔치게 했다. 구멍가게 건물 뒤편으로 가서 벽에 큰 돌을 던지며 큰소리를 내면 가게주인은 밖으로 나오기 마련이고 그 틈에 가게 앞에 쌓아놓은 물건을 들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러다 잡히면 보통 귀싸대기 몇 대를 맞으면 넘어갔다.(맞는 순간 입술을 질끈 깨물어 피를 내면 대부분 더는 때리거나 문책하지는 않았다) 구멍가게 사장들도 키우는 애가 있거나 조카가 있을 터인데…. 남의 자식을 계속해서 때이지는 않았다. 경찰에 넘겨지면? 우리 조직에는 밀고자가 없었다. 
 
‘부모에게 버려지고 보육원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 vs ‘부모는 서류상 존재하지만, 세상에 방치되어 배고픔과 범죄에 노출되어 자라는 아이들’ 누가 더 불행한가? 누가 더 힘이 들었는가? 보다는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배고픔은 지나간 추억일 뿐이다. 남들과 비교를 하는 순간 우리는 지옥에 빠져들어 간다. 
 
‘이 세상은 잘 구워진 피자 한 판과 같다!’ 우리가 모두 피자 한판 안에서 사는 것이다.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다 같이 냉장고와 오븐을 거치면서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추위와 더위를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피자 중심부에서 달콤하게만 살 수는 없다. 누군가는 피자 모서리처럼 움푹 파인 그을음처럼 살기도 한다. 힘들고 배고프게 자랐다? 라는 핑계로 악당으로 살 필요는 없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남보다 못 배우고 못산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피자 모서리도 꾸준히 오래 씹으면 고소함과 단맛을 느낄 수 있고 꿀과 오일에 찍어 먹으면 더욱 감칠맛이 난다. 다시 한번 더 인생을 살게 되더라도 난 피자 한 판의 모서리가 되고 싶다. 인생의 참맛은 피자 모서리에서부터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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