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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서 살다 보면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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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승인 2023.10.16  05: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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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새로 지은 집에 입주해 사계절을 살다 보면 불편하거나 아쉬운 곳이 생기기 마련이다. 

건축물의 거주 후 평가(POE: post occupancy evaluation)는 그러한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주거의 트랜드 변화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응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오래전이지만 이 분야를 Y 대학과 공동 연구할 때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POE는 입주자가 주택이나 단지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후 나타나는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조사하여 추후 유사한 다른 사업을 설계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연구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관련 분야의 연구 논문을 찾아보게 된다. 그중 기억나는 특이한 경우로 브라질 정부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이다. 산간벽지에 병원을 짓고 근무를 꺼리는 의사를 끌어들이려 호수가 보이는 풍광 좋은 곳에 사택을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입원환자들은 밤이면 도망을 가고 의사 부인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입원환자가 도망간 것은 병원 내부 동선과 침대가 토착 부족들 생활 습성과 맞지 않아서였고 의사 부인이 자살한 일은 낮 동안 혼자 지내는 의사 부인이 호수와 물새 떼를 보며 우울증이 생긴 것이다. 선한 의도가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후 당연히 다른 대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의 대학 기숙사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20년 전 일이지만 1인 실인데도 조립식 소형욕실이 있고 간단히 음식을 데우거나 끓일 수 있는 취사 시설이 있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수납시설이었다. 침대 하부는 당연하고 벽과 천정이 만나는 모서리에 있는 메달이식 수납장이었다. 비행기 내부 선반 개념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겠다. 
 
그날 저녁 라면을 끓여 놓고 함께 간 교수님과 소주를 마셨다. 교수님은 내가 연상이라고 한사코 침대를 양보하고 자기는 바닥에서 잤다. 
 
집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더욱이 면적이 좁은 소형아파트는 많은 아이디어와 피드백이 필요하다. 집을 지으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다. 
 
개인주택은 건축주의 요구를 설계자와 충분히 논의하여 설계하는데도 막상 살아보면 여러 문제가 드러난다. 아파트 설계는 언뜻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다 보니 개별적인 취향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도 각각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청년주택을 관리하는 직장 후배와 통화하다 흥분한 목소리를 들었다. 10평 안 되는 아파트에 한둘이 사는데 신발장과 샤워부스가 꼭 필요 하느냐, 싱크대와 찬장도 최소화해서 공간을 넓게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설계자가 소형주택에서 사는 거주자의 이용행태를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고민해 봤는지 의문이라면서. 늘어나는 노약자나 장애인 주택에도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 
 
또 하나, 요즘 반려견이나 반려묘 키우는 세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금 이들이 실내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설계할 때 반려자로서 그들의 공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거주자의 요구는 다양해지면서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핸드폰의 기능처럼 주거에도 많은 IT시스템이 들어와 있다. 혹시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그런 기능은 없을까. 
 
내가 사는 아파트는 수납공간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버릴 만도 한데 그냥 넣어 두다 보니 쓸데없는 욕심까지 비워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일에 피드백이 중요하듯 건축에서도 POE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으로는 거주할 사람이 편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과 조금 불편하더라도 창조적인 공간으로 설계한 집에서 사는 게 좋다는 소수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소수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다. 공간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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