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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을 다시 생각하며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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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호] 승인 2023.09.11  00: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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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가? 난 시간에 여유가 생기니 가끔 지난날의 여러 일을 반추해 보며 순간을 소일하기도 한다네. 80년대 후반쯤일 거야. 건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조립식 온수 온돌 연구를 막 끝낼 무렵이었어. 연구라기보다 일본 제품을 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지 검토하는 수준이었지. 

열에너지 관련 전문가에게 묻고 배워가며 겨우 마무리 지었는데 이젠 바닥충격음을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하라는 거야. 이건 뭐야. 열(熱)과 음(音)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온수 온돌이나 바닥충격음이나 똑같은 ‘방바닥’ 문제이니 네가 해결해 봐”하는 것이야. 참 웃기지. 그렇지만 인생의 1/3을 등에 대고 살아야 하는 방바닥은 그렇게 운명처럼 내게 다가왔어.
 
그날 이후, 무인도 생존기처럼 전 섬을 뒤지기 시작했지. 전문 서적을 사고 나서 머리띠를 힘껏 동여맸어. 해 질 녘 하이에나처럼 언덕에 올라 전문가와 연구 논문, 실험실이 있을 만한 곳을 향해 눈과 귀와 코를 집중했어. 
 
하느님은 절대 무심하지 않아. 포식 감이 눈에 들어왔어. 내 고향 남도에 있는 J 대학 K 교수님과 음향실험실이. 근데 말이야. 의외로 연구가 재미있는 것 있지. K 교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 연구비와 연구 기간이 빠듯해 실험실 실험을 생략하고 곧바로 현장실험을 하기로 했어. 정상적인 연구 프로세스는 아니었지만. 
 
바닥충격음은 방바닥에 가볍고 딱딱한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발생하는 경량충격음과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 애들이 쿵쿵거리며 뛰어다닐 때 발생하는 중량충격음으로 구분하지. 이 충격음을 아래층에 전달을 어렵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 개념만 간단히 설명할게. 
 
우선 슬래브의 두께를 늘여 판 진동을 어렵게 하여 강성을 높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지만 내진 성능에는 불리하고 공사비가 많이 늘어나잖아. 그래서 슬래브 바로 위에 방바닥 충격을 1차 완화 시키기 위해 완충 구조를 만드는 거야. 내 연구의 핵심도 이거였어. 골 슬레이트까지 동원해 8개 타입을 만들었지. 
 
실험조건을 갖춘 아파트 현장이 전남 광양에 있었어. 타입별로 8세대에 설치하면서 연구비 핑계를 대가며 시공사에 갑질을 했지. 측정은 밤 10시쯤 시작해서 새벽 4시경에 끝나. 주변 암소음 때문이지. 
 
측정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별무성과 무인도에서 참치캔이라도 찾을 줄 알았는데 맥이 빠지데. 우리나라 최초로 현장실험을 했다는 자부심이 그나마 나를 위로해 줬어.
 
연구소를 떠나 10여 년이 흐른 2002년이던가. 인천의 현장 사업단장으로 명령받자 ‘방바닥’과 인연이 떠올랐어. 광양에서 미수에 그친 참치캔을 인천에서 다시 찾아볼까 하고. 
 
혹시 알아? 태평양 어디쯤을 떠돌다 인천항으로 상륙할지를. 국내 완충재 생산업체 10여 개 제품을 모아 배틀을 시켰지. 사리(私利)는 없었지만 ‘방바닥’에 불을 지피고 싶은 사욕(私慾)은 있었어. 다시 헛발질하고 나니 갑질 당한 시공사에 참 면목이 없더구먼.
 
정부에서 하는 일은 항상 몇 걸음씩 늦어. 그게 속성인가 봐. 1991년 층간 소음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2003년에야 성능 기준을 설정했어. 층간 소음 문제가 점점 확산하자 2004년에는 슬래브 두께를 150mm에서 180mm로 늘이더니 2013년에는 210mm까지 늘였어. 쉬운 방법을 택한 거지. 
 
2022년 8월 이후부터는 아파트가 완공된 후 차음 성능을 측정하는 사후 평가제를 도입했어. 만약 준공된 아파트가 성능이 미달하면 보완하거나 보상하라면서도 권고사항이라고 한 발 빼버리네. 성능 기준도 경량과 중량충격음 모두 1급 37dB에서 4급 49dB까지로 더 목을 조였어. 중량충격음 측정 방법도 처음에는 타이어를 떨어뜨리는 뱅머신으로 하더니 다시 배구공만 임팩트볼로 바꿨어. 
 
그러다 다시 두 가지 모두 사용해도 된다고 바꾸더니 이제는 또다시 임팩트볼로 하래. 그게 소음 발생 패턴과 비슷하다나. 국가가 이렇게 우왕좌왕해도 되는지 모르겠어. 문제는 이 측정 방법은 성능 기준을 만족시키기가 쉽다는 거야. 누구를 위해 바꿨는지 모르겠네.
 
소득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지,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지, 다양한 계층 간 갈등은 깊어지지, 병든 우리 사회의 건강검진이 필요해 보여. 조그만 소음에 노출되어도 입주자는 예민하게 반응해. 그러니 이웃 간 갈등이 극단적인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잖아. 
 
그래서 국가는 층간 소음 관리와 함께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소음을 발생시키는 입주자들에게 페널티 주는 방안을 포함했으면 좋겠어. 환경 부담금 같은 원인 제공자 부담금 말이야. 아이 키우는 부모들 생각이 궁금하지만, 공동체 생활에서 이웃을 서로 배려하는 몸짓이 필요한 거지. 동방예의지국이잖아. 
 
또 하나. 소음 잡겠다고 아파트 슬래브 두께를 자꾸 늘여가면 어떻게 해. 늘어나는 공사비가 너무 아까워. 매년 전국에 짓고 있는 아파트에 늘어나는 시멘트와 CO2 발생량, 레미콘 양과 언젠가 철거할 때 발생하는 콘크리트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고려하면 그 돈이 얼마나 될까. 얼른 계산이 안 되는구먼. 매일 밤 ‘방바닥‘에 누워 늘어난 콘크리트 덩어리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꿈을 꿀까 두렵네.
 
내년도 예산안에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 설마 지금 진행 중인 연구과제 연구비를 중간에 싹둑 잘라버리는 일은 없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좋은 결과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어.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옛날 멤버들이 실버연구단을 만들어 다시 나설 거야.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래. 
 
자네와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이 뛰고 새로운 욕망이 솟는 것을 보니 추억에도 다양한 미네랄과 에너지가 있나 봐. 이야기가 너무 길었지? 잘 지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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