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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선 고모(顧母)역 (3)
김채석 작가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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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호] 승인 2023.07.24  06: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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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석 기행작가

필시 피난 가다 헤어지게 되면 하루에 두 번씩 다리가 들린다는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했던 그때를 떠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유호 작사 손목인 작곡의 노래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노래가 있다. 〈아내의 노래〉다.

“임께서 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옵기에/이 몸은 돌아서서 눈물을 감추었소/가신 길에 내 갈 길도 임의 길이요/바람 불고 비 오는 어두운 밤길에서/홀로 가는 이 가슴에 즐거움이 넘칩니다.

내 생각에는 다 좋은데 마지막 부분 “어두운 밤길에서/홀로 가는 이 가슴에 즐거움이 넘칩니다.”다. 보통 사람은 절대 아니지 싶다. 전선으로 남편을 보내고 즐거움이 넘치다니. 하기야 전쟁 통에도 연애질은 해댔는지 유호, 박시춘 두 콤비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에 보면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이여/경상도 사투리에 아가씨가 슬피”운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전쟁은 종전으로 끝나지 않고 휴전으로 잠시 쉬는 상태에서 환도還都이후 경부선에 오르는 모습이다. 헤어짐에서 만남의 모드로 바뀐 것이다. 희망에 부풀어 오르고, 다시 돌아간다는 기쁨 싣고 12 열차는 이승만의 말처럼 북진을 하고, 이를 보내는 경상도 아가씨들은 저놈의 정거장 불이나 나버려라 하지는 않았겠지만, 실지로 부산 세관 인근에 있던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1953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라는 노래는 이듬해 1954년 남인수가 불러 발표되었다. 화재로 소실된 부산역 인근에 손풍금을 켜는 사내의 모습이 애달픈 계단의 이름에 대한 또 다른 피난살이의 노래 〈경상도 아가씨〉가 있다. “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피난살이 처량스러 동정하는 판잣집에/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그래도 대답 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경상도 아가씨의 마음이 참 곱다.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무거운 피난살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계단에 앉아 울까. 아마 배고픔이 가장 클 것이다. 내가 전북 익산의 여산 하사관학교에서 마지막 교육으로 비로봉을 넘어 대아리 유격장을 향해 완전군장으로 행군하던 밤,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전북 완주 고산 어디쯤에서 닫힌 가게 문을 두들겼다. 고향 집으로 편지를 보내기 위해 가지고 있던 우표 몇 장으로 바꾼 찌지 않은 딱딱한 호빵을 베어 물며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지금은 제주도를 일러 삼다도라 하지 않는 것처럼 입고 먹고 잔다는 의식주라는 말은 우리 일상에서 멀어졌다. 구멍이 나거나 기워서 입는 옷이 아니라 메이커가 아니면 속된 말로 쪽팔린다고 안 입고, 주먹밥이나 고봉밥은 옛 말이고, 집 밥이라는 말의 이면에 외식의 일환으로 맛 집을 찾아 인민들 배급받듯 줄을 서는 풍경은 흔하고, 군인이 야전으로 가기 위해 머무는 내무반과 같은 집은 캐슬과 같은 성城으로 투기의 대상일 뿐이다.

육신과 정신이 궁핍으로 찌든 피난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배부른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 모두는 영육靈肉이 진급하지 못하고 강급이 되었다. 독서 인구는 바닥에 머무르는 반면 비만이다. 다이어트다. 미용성형이다. 외제차다. 명품이다. 등으로 내면의 가치보다는 외형상으로 보여주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달리 자유 수호를 위해 이국의 젊은이들이 타국의 하늘아래서 이러한 대한민국이길 바라며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금수나 강산 어여쁜 내님/한마음으로 아껴가며/알뜰한 정이 재미도 절로/백년해로 우리 것이다./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처럼 잘 산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빨리 가거나 늦게 가거나 흐르는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시계보다 어디로 가는 게 중요한가 하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의 침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어지간히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냥 잘 사는 게 아니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서야만 했던,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망향가를 불러야만 했던 자식들의 희생이 근간이 되었다.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게 어찌 어머니뿐이겠는가. 묵묵히 말없이 마음으로 우는 아버지도 있다. 피붙이 누이나 동생도 있다. 가족이라는 거는 혈연의 개념에 앞서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가 햄께 행복할 수 있는 게 가족이다.

그러한 가족 중 누군가가 집을 떠나 생사가 요원할 때 남은 가족의 심정을 먼저 헤아려본다. 비 내리는 고모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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