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아도 절반쯤 경계선을 그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대개 절반쯤이다

바이러스성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세상에

진짜 전염성 바이러스가 떴다

마스크 반 얼굴 반으로 올려다본 밤하늘에는

살을 뺀 건지 지워져 버린 건지

에덴의 길목에 쓸쓸히 걸려 있는

내 얼굴을 닮은 반쪽짜리 경량급 반달 하나

온달만이 달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온 나는

하마터면 반쪽 실종 신고를 할 뻔했다

반쪽이 더 필요한 내게

마스크를 쓴 내 얼굴처럼

반쪽밖에 보여 주지 않는 창백한 반달

보여 주지를 않는 건지

보지를 못하는 건지

세상에는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인생의 절반쯤 가려지는 깊은 세계가 있다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홀로 이고 지고 살아가는 시간이

생애의 절반쯤 있는 것이다

맑은 강물 한 줄기 일렁이며 깊어지고 있는 것을

강변을 거닐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듯이

에덴의 길목에 걸린 반달의 또 다른 반쪽

그 어마어마한 세계를 다 알아 갈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진짜 바이러스와는 마스크로 경계선을 긋고

바이러스성 가짜 뉴스와도 경계를 치고 살아가야만 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반달이 품고 있는 온달

나를 닮아 있을 그 얼굴이 자못 보고파지는

요즘이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