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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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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호] 승인 2023.07.10  06: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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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수필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함께 간 동료 문인들과 여행 후일담을 나누다 한 여성 문우로부터 재미있는 일화를 들었다.

여행 마지막 날 마사지를 받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있었다. 그동안의 여행 피로를 풀고 귀국하라는 주최 측의 배려인 것 같았다. 마사지하는 곳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갔더니 일시에 많은 사람이 몰려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고 매우 혼잡스러웠다고 했다. 남자 회원보다 여자 회원들이 훨씬 많다 보니 그리된 것 같았다.

어찌어찌하다 맨 마지막에 화장실에서 나와 보니 왁자하던 일행은 모두 어디 가고 대기실이 텅 비어 있더란다. 자기만 혼자 덩그러니 남다 보니 무척 당황했단다. 전직 영어 선생 실력으로 지배인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니 대기하는 마사지사가 없다고 했단다.

난감한 상황에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여자 한 분이 나타나 자기를 개인실로 안내하고 직접 안마까지 해 주더란다. 안마받으며 서로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그분은 안마사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이었단다.

안마사가 부족해 자신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를 들으며 슬슬 졸음이 몰려오고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단다. 전혀 아프지 않으면서 뭉쳐있던 맥을 찾아 온몸을 풀어주는 솜씨. 지금까지 안마를 많이 받아 봤지만 그중 최고로 고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영어를 가르쳤던 그 여성 문우도 제자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평소 그분 성품으로 보아 나이 드신 분들에게 양보하다 그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굼뜨고 남에게 먼저 양보한다고 해서 꼭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여행 마지막에 받은 자기만의 특별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머나먼 기억하나가 떠 오른다. 2006년 북유럽 출장 중 스웨덴 스톡홀름을 출발 독일 뮌헨에서 환승, 두바이로 가는 일정 중 있었던 일이다. 탑승하고 나서 얼마쯤 지났을까 한참을 졸다가 동체가 심하게 흔들려 잠이 깼다.

어두운 창밖을 보니 천둥 번개가 치고 번갯불이 순간적으로 하늘을 찢어놓고 있었다. 이 항공기야 수도 없이 경험한 일이겠지만 나는 처음 겪는 일이라 극도의 공포감이 몰려왔다. 만약 추락하게 된다는 상상만 해도 숨이 가빠오고 오금이 저린다.

그 순간이 닥친다면 난 무얼 해야 하지? 어느 일본인은 추락하는 그 순간에도 가족을 부탁한다는 편지를 썼다는 기사를 보고 전 세계가 울었다는데 나도 추락하기 전 미리 편지를 써 둬야 하는 게 아니야? 갑자기 기내 방송이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뮌헨 공항의 악천후로 오스트리아 린츠 공항으로 회항한다는 것이다. 순간 긴장과 불안감은 해소됐지만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다가왔다.

린츠 공항에 착륙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도착해서 숙소는? 다음 날 두바이 가는 항공편 예약은? 점차 평정심을 찾으니 사소한 걱정거리가 밀려온다. 린츠 공항에서 대형버스로 천둥 번개와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얼마쯤 달렸는지 모르지만, 텅 빈 뮌헨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깊었다.

항공사에서 마련해 준 호텔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은 시간. 호텔 프런트에서 주는 네 개의 키를 받아 각자 객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눈이 휘둥그러졌다. 영화에서나 봄 직한 영국 귀족의 거실처럼 꾸며진 초호화판 로열스위트룸이다. 응접실과 회의실, 침실과 욕실이 있어 삼사십 평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욕실은 월풀 욕조에 기능을 가늠하기 힘든 수많은 스위치와 레버가 달려 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하나하나 기능을 확인해 보느라 샤워를 끝낼 때까지 족히 삼십 분은 넘게 걸린 것 같았다.

다음 날 자랑삼아 내 객실 이야기를 했더니 하필이면 모시고 갔던 상사의 방은 그냥 일반 보통실이었다. 어찌나 민망했던지. 주는 대로 키를 받았을 뿐인데 나만 최고급 실을 배정받은 것이다. 거기에 일정이 하루 지연되다 보니 오전에 뮌헨 시가지를 주마간산이나마 돌아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뮌헨에서 선물용으로 쌍둥이 칼을 많이 산 직원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마다 곤욕을 치른 것도 후일 술자리의 안줏거리가 되었다. 로열스위트룸과 뮌헨 관광은 악천후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이었다.

살다 보면 갑자기 암담하고 힘든 일과 맞닥뜨리는 일들이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불가피한 일이지만 어디선가 상황을 반전시킬 보이지 않은 힘이 운명처럼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맡겨보는 것도 해결의 한 방법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 왕자의 말씀도 있지 않은가.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는 것. 이것이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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