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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선 고모(顧母)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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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승인 2023.06.26  00: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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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석 작가

대중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의 가사 내용과 같이 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본다는 이별의 의미가 담긴 고모역은 주소명 이름 대구 수성구 고모로 208에 있다.

지금은 학교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는 폐교(廢校)이나 학교가 문을 닫고 수업을 중지한 폐교(閉校)와 같이 열차가 외면하고 그냥 지나치는 폐역이다. 지명이 고모(顧母)이다 보니 “이모역은 없냐? 삼촌역은 없냐? 장모역은 없냐?”는 둥 웃고자 하는 빗댐이 있다.

고모역은 경부선 동대구역의 바로 아래 역으로 같은 수성구의 가천역과의 사이에 위치한다. 주변 풍경으로는 금호강이 흐르고, 대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시골 중의 시골이다.

4차선 도로와 인접한 역은 유리창이 단정한 붉은 벽돌집이다. 강제징용과 징병으로 어머니의 손을 놓고 돌아서야 했던 공간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단장되었다. 측음기며, LP 자켓이며, 역무원복이며 세월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고모역에 관한 시가 있다. 구상 시인의 〈고모역〉이다.

고모역을 지나칠 양이면
어머니가 기다리신다.
대문 밖에 나오셔서 기다리신다.
이제는 아내보다도 별로 안 늙으신
그제 그 모습으로
38선 넘던 그날 바래주시듯
행길까지 나오셔 기다리신다.

천방지축 하루해를 보내고
책가방엔 빈 도시락을 쩔렁대며
통학차로 돌아오던 어릴 때처럼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만큼이나
머리가 희여진 나를
역까지 나오셔 기다리신다.

이북 고향에 홀로 남으신 채
그 생사조차 모르는 어머니가
예까지 오셔서 기다리신다.

〈고모역〉 전문

전쟁은 탈향(脫鄕)이 아닌 실향(失鄕)을 만들었다. 아픔을 만들었다. 고향에 갈 수도, 피붙이를 만날 수도 없는 실향과 이산(離散)의 아픔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 머리만큼이나 희어진 아들을 기다리는, 생사조차도 모르는 어머니에 대한 아픔이다. 헤어진다는 거 이별이라는 거 아픔 중에 가장 큰 아픔이다. 기르던 개를 잃어버렸다고 지구대에 신고하고, 찾는 데 도움을 주면 사례하겠다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난무한 이 시대에….

고모역과 고모령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련이 있다. 고모령은 2군 사령부 영내로 넘을 수는 없지만, 고모령의 위치를 알리는 표지석은 있다. 그러한 고모령은 아주 오래전에 대구에서 경산으로, 경산에서 대구를 오가며 넘는 낮은 고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한 고모령은 시절을 노래한 대중가요로 인해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역도 지금은 폐역이지만, 어머니와 이별의 역으로 연결 지어 남아있다.

현인이 노래한 대중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은 유호가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했다. 달리 두 사람은 작사가와 작곡가 콤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호 작사가는 작사 이전에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작사가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대표곡을 살펴보면 〈고향만리〉, 〈낭랑 18세〉, 〈럭키 서울〉, 〈맨발의 청춘〉, 〈님은 먼 곳에〉, 〈신라의 달밤〉, 〈이별의 부산정거장〉, 〈전선야곡〉, 〈전우야 잘 자라〉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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