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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식구를 맞으며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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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6호] 승인 2023.06.11  22: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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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수필가

아들 나이 서른여덟, 며느리 나이 서른넷. 인연이 서로 숨바꼭질하고 있었나 보다. 결혼 얘기만 나오면 짜증부터 부리더니 어느 날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했다.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궁금증이 머리를 채워 오더니 마음마저 급해졌다. 아들을 믿고 무조건 ‘고맙다’하려 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기대 이상의 며느릿감이었다.

우선 밝은 성격이 좋고 표정에서 단아함과 단호함이 느껴졌다. 야무진 성격이 아들의 약점을 커버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자신이 소모품처럼 여겨진다며 회사를 그만두고 쉰 지 반년 남짓. 그 쉼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길래 새로운 직장도 얻고 며느릿감까지 데려오다니. 역시 내 아들.

상견례 자리가 만들어지고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너희들이 좋다면.’이라는 말을 입에 달았다. 요즘 대세인 주례 없는 결혼식. 저희끼리 결혼식 식순을 짜면서 신부 아버님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고 신랑 아버님은 덕담하기로 했단다. 은근히 내가 원했던 일이기도 했다.

SNS상에는 수도 없는 주례사나 덕담들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난 내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얘기를 엮어 보기로 했다. 바로 내 자식들에게 해주는 얘기가 아닌가. 가볍지 않으면서 늙은이 소리 같지 않고 하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내용. 지루하지 않도록 5분 이내 정도의 분량을 기본으로 정했다.

초고를 아내에게 보여주며 생각을 물었다. 다 좋은데 ‘세상에 태어나서 본전치기는 해야 할 것 아니냐’라는 말을 빼자고 했다. 표현이 좀 거칠고 요즘 젊은 부부들 시부모가 애 몇 낳으라 하는 것도 미리미리 스트레스 주는 일이라고. 나는 은근히 애 둘은 낳아야 한다는 압력을 넣고 싶었지만,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덕담이다.

먼저 저희 자식들 혼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어려운 시간을 내주신 여러 하객 여러분과 신랑 신부 친구분, 그리고 양가 친지분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며늘아기 할머님과 부모님께도 한 말씀 올립니다. 그동안 한없는 사랑과 자상한 가르침으로 곱게 키운 OO, 부족함이 많은 저희 아들에게 망설임 없이 맡겨주신 그 믿음이 한없이 고맙습니다.

오늘 큰 복덩이처럼 다가와 새 식구가 된 며늘아기와 부모 품을 떠나 한 가장으로 독립해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잔소리처럼 들릴는지 모르지만 지나온 내 삶의 경험에서 얻어진 몇 마디 당부의 말을 해주려고 합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며늘아기 OO! 너에게는 두 가지만 얘기할게.

‘남편을 자주 칭찬하고 믿어줘라.’ 남자의 성공이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아내의 응원이 절반 이상이란다. 그 칭찬은 너에게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시댁에서 해주는 일은 좋고 싫다는 표현을 분명히 해라.’인사치레로 하는 듣기 좋은 말은 시부모를 헷갈리게 한단다. 미래 고부간의 갈등을 막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 너를 울타리 밖으로 보내려 하니 새삼 하고 싶은 말이 참 많구나.

‘아내는 무조건 옳다. 나는 무조건 아내 편이다.’라고 생각해라. 아내에게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아버지의 40년 결혼생활 실패 사례 중 하나다. 이렇게 살아야 네 인생의 끝까지 대접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아내에게 신뢰를 쌓아라.’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크든 작든 아내와 의논하는 습관을 지녀라. 그러다 보면 신뢰와 믿음직한 남편 모습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이 시간 이후 너는 처가 사람이다.’ 그래서 장가간다고 하는 것이다. 아들 없는 장인 장모님께 아들 노릇까지 잘해라. 명절이나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는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처가로 가면 된다. 우리 집으로 오면 반갑기야 하겠지만 안 오면 더 반갑겠다. 단 아빠 계좌번호만은 기억하고 있어라. 너희 둘에게 함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 남았구나.

‘이제 A/S는 없다.’ 스스로 닦고 조이고 기름 쳐가며 잘 살아라. 부모의 A/S는 끝났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이다. 이제부터는 부모에게 걱정 끼치지 않는 것이 효도란다.

‘남과 비교하면서 살지 말고 스스로 삶에서 만족을 찾아라.’ 아빠가 살아보니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더라. 따뜻한 이웃을 많이 만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봉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해라.

마지막 다짐의 말을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를 들려주며 내 이야기를 끝내려고 한다.

 

긴 상이 있다 /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

좁은 문이 나타나면 /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 걸음을 옮겨야 한다 /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

다 온 것 같다고 / 먼저 탕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 한 발 /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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