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나그네 무엇이 그리 급하기에
돌부리 걷어차며 어디로 가려는가
죽장(竹杖)에 기대선 체 앞뒤로 살펴보니
양지바른 언덕 위로 기암괴석(奇巖怪石) 펼쳐있고
개울가에 버들잎은 가지마다 푸르른데
부질없는 세상사 푸념이나 하면서
북망(北邙)길 재촉말고 쉬었다나 가세그려

벼슬길 마다하고 흙에 묻혀 살다가신
휘일(䧦逸)본적 있다기에 발길따라 찾아오니
앙상한 빗돌만이 이끼에 찌든 체
초라한 모습으로 넘어질듯 하면서도
한두 마리 있으련만 말이 없더니
구름따라 저 멀리 이승을 굽어보며
덧없는 인생의 무상을 노래하네

정해년 삼월 초하룻날  靜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