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드들강변의 카페 건물 안에서

  대추고를 내는 그녀의 세상은 펄펄 끓고 있다

  

  숨길 것이 많은 누구는

  일곱 시간을 잠가 버렸다고 하지만

  그녀의 일곱 시간은 개방 중이다

 

  쭈글쭈글해진 엄니 같은 대추알을 압력솥에 감금한 채

  열 고문으로 일생을 쥐어짜

  피 같은 시간을 뽑아내고 있는

  흡사 고문관 같기도 한 그녀는

 

  압력솥에 감금된 대추가

  말줄임표가 되어 나오기까지

  몇 번이고 등허리를 주먹으로 꾹꾹 누르며

  대추와 함께 통증을 앓기도 하는 사람이다

 

  대추고를 내는 동안

  창밖으로 흘러가는 강물과 눈을 마주치기도 하는 그녀는

  흘러간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요양병원 생활을 끝으로 저 멀리 마지막 이사를 하신 시어머니와

  갈수록 임대아파트를 닮아 가는 홀로 계신 노모를 생각하며

  흐르는 강물 위에 눈물로

  그리움의 시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물 떨어지는 소리를 숨겨 주려고

  제 몸이 문드러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압력솥 안에 있는 대추알들이

  저리도 요란법석을 떨며

  자발적으로 오래 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생을 모두 내어 주며 떠나가는 대추알들 앞에서

  등허리를 주먹으로 꾹꾹 누르며

  대추고를 내는 데 바치는 그녀의 일곱 시간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그녀를 향한 사랑의 통증을 내가 앓아야 한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