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선출하는 선거 특징은 다른 선거와 달리 전형위원회 제도이다.

전형위원제도를 둔 동기를 추론하자면 신용협동조합을 태동시킨, 가톨릭 정신인 사랑과 인간 존엄성 그리고 정의와 인권 보호라는 강한 신념과 ‘자조, 자립, 협동 그리고 ‘잘살기 위한 경제운동, 사회를 밝힐 교육운동, 더불어 사는 윤리운동’에서 신협 운동의 정신을 잘 알 수 있듯이 신협은 이러한 가치를 완성시켜 나가야 할 절대적 의무를 이행 할 적임자를 전형위원회를 통해 선출 하겠다는 신협 운동 당시의 순수한 뜻이었을 것이다. 즉 알곡과 가라지를 가려 건강한 신협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겠다는 뜻도 가지고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신협의 천문학적 양적 팽창으로 인한 엄청난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신협 이사장 선거가 혼탁을 거듭하고 있는 원인이 있다면 출마 후보자들의 자질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전형위원회에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해답을 만들고 찾아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후보자의 신협 경영능력 또는 사회적 평판 그리고 신협 정신이 요구하는 ‘잘살기 위한 경제운동, 사회를 밝힐 교육운동, 더불어 사는 윤리운동’에 적임자 여부를 분별할 수 있는 심층 면담·면접 등을 생략한 추천이라면 필연적 시비 거리를 스스로 생산하고 있고, 불신은 떼놓은 당상관 자리와 다름없을 것이다.

나주신협 전형위원회는 오는 2월 12일 치러지는 나주신협 이사장, 부이사장, 이사 감사 등 선거에 출마할 10여 명의 후보자들을 지난 19일 추천 했었다. 문제는 19일 당일부터 나주신협 각 후보 등록이 시작되었는데 엄정한 심층 면접 등 없이 후보를 추천했다면 상식 밖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지역사회에서 거칠게 일고 있다. 즉 구전으로만 전해 들었을 후보들의 면면만으로 마땅한 인격과 능력과 도덕 그리고 윤리 등을 갖추어야 할 후보 당사자의 분별력을 판단할 수 있냐는 물음이다.

정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짜고 치는 고도리 판이라는 혹독한 나주지역사회 정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여기서 추천이란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이라는 사전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2만6천여 명의 조합원들에게 전형위원회에서 책임지고 추천한 극상품이니 선택해 달라는 평가근거가 무엇이냐는 이야기다.

상식선에서 이야기하자면 각 출마 예정자들에게 銓衡(전형) 즉, 인물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가정 또는 사회적 활동의 훈·포상 내역, 경력증명 그리고 범죄경력증명 등의 서류 심사에 이어 사전 심층 면담·면접 등 기본적 절차조차 생략하고 이사장 등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여하한 후보자들에게 기척도 없는 추천이라면 그 추천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심각한 의혹을 불러올 수 있고, 수신고 5천억 원이라는 나주신협을 나주시민사회가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워해야 할 일 이다.

물론 전형위원회 제도가 신협중앙회의 정관에 명시되었기에 나주신협이 임의적으로 생략할 수 없겠지만 전형이라는 진정성의 내용을 신협 운동의 취지에 걸맞게 나주신협은 든든히 채울 수 있는 건강한 노력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나주신협의 전형위원회 문제는 어제오늘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함에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선량한 노력이 아닌 구태라는 영악한 수단으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은 시대의 적폐라는 것을 이 차지에 다시 한 번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