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행로가 차단된 한수제 경현길 산책로 모습(사진=정성균 기자)

나주시민이 즐겨 이용하고 있는 경현동 한수제 산책로 이용을 둘러싸고 임야의 소유자가 철제펜스를 설치해 통행을 막는 등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경현동 산 14번지 일대 37,000여 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임 모씨는 지난 5월 9일 자신의 땅에 설치된 임도를 따라 조성되어있는 산책로에 3개의 철제 펜스를 설치하여 시민의 통행을 막고 나섰다. 총 길이 2.5km, 폭 5m에 이르는 이 한수제 경현길 산책로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지만 이날 통행이 차단됨에 따라 시민들은 발걸음을 되돌리는 불편을 겪었다.

문제가 되는 임 씨의 임야는 당초 도시계획상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시설로 분류되어 2020년 7월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었다. 나주시는 이 지역의 공원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계획 해제 전인 2019년 1월 24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 지정한 바 있다.

2010년 7월 이 임야를 매수한 임 씨는 올해 4월 나주시에 민원을 제출하여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이것이 안되면 나주시가 해당 임야를 매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임 씨는 자신의 소유지에 펜스를 설치하여 임도의 통행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나주시 산림공원과는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 소유주와 즉각 협상에 나섰으며, 협의를 통해 폐쇄 하루 만인 5월 10일 철제펜스 3개 중 일부만 남기고 철거하여 통행이 재개되었다. 협의 과정에서 나주시는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임야 매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까스로 고비는 넘겼지만 언제든지 이 같은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임도는 개설 당시 소유자의 토지사용 동의를 받았지만, 산책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산림보호를 위해 개설된 임도라는 점에서 나주시가 시민의 산책로 이용을 주장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나주시는 이 지역이 금성산 도립공원 지정 시 공원에 포함되는 구역이기 때문에 도립공원 지정을 위해서라도 해당 임야를 매입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사유지에 개설된 임도를 시민의 산책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임야를 나주시 공유재산으로 만드는 방법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성산 도립공원 지정 시 공원 대상 부지의 70% 정도가 사유지로 되어있어 금성산을 온전히 시민에게 되돌리기에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임도의 산책로만이라도 우선 나주시가 매입해서 이와 같은 갈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20년 이상 장기간 방치 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 놓았다. 나주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해당 임야를 공원구역에서 해제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 지정한 것이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가 이에 대해 반발하며 실력행사에 나서는 등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토지 매입 등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