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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캐스린 매닉스(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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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호] 승인 2020.08.16  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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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임종 과정 수용하도록 돕는 안내서”

영국의 완화의학 의사로 이 분야에서 40년간 일한 캐스린 매닉스가 경험한 죽음에 관한 에세이자 그가 만난 환자와 보호자, 가족, 함께 일한 동료들에 관한 실제 기록을 담고 있다. 낯선 임종 과정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죽음은, 그러니까 남은 삶은 거스름돈처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또한, 죽음은 노년의 마지막 페이지에 불과하지 않으며, 꺼지고 나면 새카맣게 사라지는 전등불 같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며, 시간에 따른 변화이고, 남은 사람들이 다음 장으로 건너가기 위한 정류장일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죽음은 분명 그렇다.

   
 
지난 40년간 그가 만난 환자와 동료들의 이야기는 죽음을 고통스러운 끝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한 과정으로 바꾸어놓는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죽음을 경험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회복될 가망이 없어 보이는 환자마저도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치료를 받다가 죽음을 맞는다. 과연 이 변화가 옳기만 한 일일까?

사려 깊은 대화를 통해 의사가 환자를 이해하고 환자는 의사를 믿게 될 때, 환자와 가족이 임박한 죽음을 함께 직시하며 사랑을 담아 마지막 날을 살아낼 때, 죽음으로 난 길은 고통이 아니라 존엄으로 방향을 튼다.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한다. 환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병을 낫게 하고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의학도 발전하면서 인류는 무수히 많은 질병을 극복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멈춘 지금도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 의학 연구자와 보건·방역 종사자들이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 이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의 일이다.

그런데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누구도 죽음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의사의 일, 생명을 살리는 일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건은 필멸의 죽음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의학적 처치와 의료 서비스도 어느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 무의미한 연명 행위에 불과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늘 그 순간을 두려워하며 병원을 찾는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명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이들이 그의 환자였다. 통증을 관리받으며 곧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이들의 남은 삶을 계획하는 90대 노인부터, 고통과 공포에 잠식되어 환각에 빠진 10대 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자가 모여 있는 호스피스 병동이 그의 일터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죽음은 슬프지만 평화롭고, 아프지만 존엄하다. 이 책은 말한다. 이것이 보통의 죽음이라고.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음에 관하여 대화하기 시작하라고.

저자는 머리글에서 “완화의료의 대상은 단지 임종이 머지않은 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증상 관리는 어떤 질환을 앓는 사람이든 경중에 상관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이 넓은 의미의 완화의학이다. 나의 환자는 살날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로부터 나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특별한 통찰을 얻었다. 바로 이 부분,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바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죽음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들은 ‘존엄한 공동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게 되더라도 슬프지 않을 것이라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그 시간에 닿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 책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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