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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고대》 이성시(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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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호] 승인 2020.03.16  01: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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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고대사는 실재의 기술인가 근대의 창출인가?”

-근대 국민국가의 동아시아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동아시아 고대사에 실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재일교포로 태어나 일본에서 동아시아 고대사를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일본의 고대사 연구와 한국, 북한의 고대사 연구를 아우르면서 이들 동아시아 고대사는 '고대 속에 현재의 욕망을 매개 없이 투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강한 의문을 가져왔다고 고백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광개토왕비문의 해석 문제, 발해사를 둘러싼 민족과 국가 문제, 동아시아 문화권의 영향 관계, 그리고 식민지 역사학이 품고 있는 욕망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19세기 후반 일본이 구미 열강의 국민사를 모델로 연속하는 자기 완결적인 '일본사'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항하여 동아시아 각국이 제각기 자기 완결적인 '민족사'를 만들어 내었다고 본다. 이 책의 표제인 '만들어진 고대' 는 동아시아 고대사가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고대사에 현재의 정치적 의지를 투사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비판한다, 위에서 예를 든 광개토대왕비 해석, 발해의 이해 뿐 아니라 동아시아 문화권의 형성과 일본에서 수용된 새로운 '오리엔탈리즘' 등을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역사가 단지 과거의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 우리들의 문제의식으로 해석되고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현재의 문제의식'이 각 민족국가가 가지는 정치적 의도를 고대사에 투사, 왜곡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과연 얼마나 올바른 것일까? 저자는 이런 쉽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우리에게 판단을 위한 근거들을 제시한다.

결론을 요약하여 말하자면, 동아시아 각국이 자신의 근대 민족국가의 '국민'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고대사를 투사하고 있고 이것은 고대사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낳는다는 것. 각국의 역사가들은 자기 나라들이 현재 처한 사정을 고대에 투사하여 그것을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했다. 예를 들어 광개토대왕비에서, '왜가 고구려에 패했다'는 내용을 러일전쟁에서 일본과 대륙 세력의 대립으로 이해하고 여기서 '역사적 교훈'을 얻으려한 일본 역사학자들의 논리가 그러하다.

책의 내용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근대 일본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서 고대 한일관계사의 연구를 당시의 제국주의적 논리 및 내셔널리즘에 입각하여 정치적으로 악용하였던 일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데, 특히 광개토왕릉비의 신묘년 기사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

2부는 발해사의 인식론에 관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발해를 건국한 세력 가운데 분명 고구려의 유민 세력이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며 이를 말갈족의 역사로 파악하였고, 한국과 북한 측의 경우에는 발해의 한국사 편입을 위하여 발해가 고구려에 대한 확고한 계승 의식을 지녔다고 보았으며, 러시아 또한 발해사를 시베리아의 소수민족사로 파악하여 자국의 영토에 속한 시베리아의 소수 민족의 결합에 이용하고자 하였다.

3부는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권과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4부 중에서도 가장 짧은 편이지만, 역시 흥미롭다.

4부에서는 근대 국가가 형성되던 시기의 일본이 스스로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자 하였으며, 여기서 파생된 그릇된 역사관이 어떤 방식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민족과 국가의 형성 과정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도록 했던 고대사가 근대적이고 작위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아시아 평화와 연대를 위해서는 민족과 역사의 신성을 세속화하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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