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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김영하(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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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호] 승인 2020.01.19  14: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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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감각을 일깨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깊고 아름다운 산문”

여행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기도 하며 인류의 속성이기도 하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김영하 작가가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여행 이야기를 "모든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해냈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여행을 더 갈망해온 작가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왜 여행하는지, 오랜 시간 여행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해온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이다.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기보다는,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에 가깝다.

작품에 담긴 소설가이자 여행자로서 바라본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은 놀랄 만큼 매혹적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그러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이 담겼다.

부모의 임지를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이주하는 일이 잦았다. 갑작스런 이주로 인해 겨우 사귄 친구들과의 이별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여행과 다른 이주를 반복하는 동안 작가는 여행기, 모험소설에 빠져들었고, 책의 시간과 함께 성장했다. 작가는 이렇듯 어린 시절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 생애 첫 해외여행,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강제 추방당했던 에피소드 등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2년 동안 촬영했던 <알쓸신잡>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영하는 <알쓸신잡>을 가장 ‘이상했던 여행’으로 꼽는다. 자신의 여행을 3인칭 시점으로 보고, 자신이 한 여행과 타인이 한 간접적 여행이 하나로 뒤섞여 ‘여행’이 완성되는 경험을 했다. 김영하는 “내 여행을 3인칭 시점으로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누구도 최종적으로 완성될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헤매고 있다는 게 카프카적 상황으로 느껴졌다”고 말한다.

카프카의 <성>에선 성을 찾는 건축기사가 등장하는데,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킬 뿐, 자신이 성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김영하는 “예전엔 내가 직접 떠난 여행 경험만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쓸신잡>을 통해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비여행, 탈여행들이 모두 합쳐져서 여행이라는 경험을 이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행이란 내가 직접 겪은 일과 타인의 간접 경험을 층층이 쌓아올려 만든 크레이프 케이크를 맛보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김영하는 이전에도 유명 작가였지만, <알쓸신잡> 출연 이후 그야말로 ‘유명인’이 됐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섬바디’인데, 여행에선 누구나 기존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노바디’가 될 수밖에 없다. 김영하는 그 낙차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기꺼이 ‘노바디’의 상태가 되는 것이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라고 말한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작가의 삶과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매혹적인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의 말까지, 어느 글 하나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문장마다 깃들어 있다. 설령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여행이란 것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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