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우리 속담에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를 ‘십인수지 불득찰이적’(十人守之 不得察一賊)이라고 말하는데, 지난 3·13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과정에서 나주지역이 이와 같아 혼탁지수는 과거보다 더한 도둑질의 진보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정지역에서는 한 마을의 특정 조합장후보 총책이 마을 全員(전원)의 조합원수에 해당하는 봉투를 요구해 40여개를 받아 챙겼다는 무용담과 함께 돈 봉투의 내용물이 처음과 달라 항의소동도 부족하여 멱살잡이가 있었고, 특정후보의 선거운동 핵심 책임자는 돈 봉투를 몽땅 들고 사라져 난리법석이 일어났다는 추문에 이어 낙선후보자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죄로 벙어리 냉가슴으로 자리보전 했다는 뜬소문도 낭자하다.

당선된 특정후보는 일괄되게 2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선거에 활용된 반면 낙선 후보는 봉투 금액의 ‘들죽 날쭉’으로 인해 중간책이 가로챘다하여 삿대질이 벌어졌다는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는데 의향이라는 나주지역에서의 칼부림의 피 냄새가 물씬 나는 조합장 불법선거양태에 할 말을 잃을 참혹한 심경이라는 시민들이 많다.

우리사회의 나쁜 온정주의의 한 단면은 불법을 획책한 저질적 돈봉투 매표선거를 당국에 신고하게 되면 오히려 신고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내모는 사회적 분위기도 돈 선거를 불러 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를 이어 살아온 지역이라는 사적 친밀성도 불법선거의 좋은 근거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불량한 조합장이 선거라는 좋은 이름으로 당선 되었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조합원이 입게 된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양심에 입각하여 ‘돈’ 선거를 강하게 부정해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것에 지역사회가 동의해야 한다. 전제에 말 했듯이 ‘열 사람이 도둑 한사람 못 지킨다’라는 부분에서 불법선거 척결이라는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차지에 지역 선관위에 일정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불법의혹 당사자의 강제적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렇게 돈 선거가 날뛰어 선과 악이 뒤바뀌어지는 특이 현상은 우리식의 地緣(지연)에서도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더 반갑더라고 조합장이라는 마땅한 인격과 능력은 뒷전이고 자신과의 同鄕(동향), 同姓(동성)이 투표를 좌우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불법은 또 다른 불법을 부른다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함량미달들이 설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지역사회 문제는 단지 조합장 선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어 온전한 자치는 말 그대로 그림 속 떡이나 다름없다.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도 자치라는 개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농협의 올바른 자치는 당해 조합원을 정당하게 우선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우선’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하지만 현재 농협의 운영 실태는 조합원과 철저하게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농협은 외형적으로 대의원총회·이사·감사 제도를 두고 농협 사업의 의결 또는 감시기구라 주장한다. 그러나 조합장의 전권을 보호 또는 동의하는 거수기들의 집합이라는 지적은 오늘, 어제의 이야기가 아니다.

속된 말로 ‘알아야 면장’이라는 의미는 그만한 역량이 있어야 농민조합원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다른 말이다. 정치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주시를 예로 든다면 관선시대 보다 못한 거꾸로 가는 자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알아야 면장’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사법당국의 칼이 불법선거에 예리하다고 해도 시민의식이 죽어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제2회 전국조합장선거에서 나주지역 선거 내용은 경악 수준이라는 점에서 당해 조합원들은 반성이 절실해 보인다. 아니면 내일도 도둑놈들을 진군의 나팔을 힘차게 불게 되어 있다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