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투데이 추천도서
《미친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25호] 승인 2018.09.07  18:41:2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여성 숭배와 굴종의 쾌락으로 얼룩진 사랑!”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상징으로 꼽히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두 번째 추천도서다. 다니자키의 문학적 주제인 ‘여체에 대한 숭배’와 ‘마조히즘과 결합된 관능적 욕망’을 잘 형상화한 작품으로, 서구적인 미모를 지닌 열다섯 살 소녀 나오미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길러 아내로 삼으려고 했던 주인공이 결국 그녀에게 예속되어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가와이 조지는 28살 된 독신이며 미국계 전기회사 기사이다. 집안은 우쓰노미야 근방에서 알아주는 자산가이다. 게다가 체격이 건장하고 남자다우며 회사에서는 ‘군자’라는 평판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다. 이렇듯 남부럽지 않은 재력에 성실하고 외모도 괜찮은 편이지만 아직 독신이다. 조지가 아직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아니며 여자를 싫어해서도 아니다. 다만 맞선을 통해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에 회의적일 뿐이다. 그가 꿈꾸는 결혼의 형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소녀를 데려다가 음악이나 영어회화 등 적당히 교양을 갖추게 하여 결혼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 온 여자는 카페에서 일하는 여급 ‘나오미’다. 그녀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우선 이름 때문이었다. ‘나오미’라는 이름에서 서양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이다. 이름만이 아니라 외모 또한 어딘지 ‘혼혈아’ 느낌이 나는 것이 미국인 여배우 메리 피크포드를 닮았다. 게다가 15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서양인을 닮은 길쭉길쭉한 손발과 잘록한 허리도 마음에 꼭 들었다.

나오미에게 푹 빠진 조지는 마침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빨간 슬레이트 지붕에 성냥갑같이 하얀 벽으로 포장된 외관. 곳곳에 깎여 있는 장방형의 유리창 그리고 정면에 지붕이 달린 현관, 그 앞에 정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보잘 것 없는 공터가 위치한 ‘문화주택’에서 둘만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된다. 집 안은 서양식으로 커튼이 달려 있고 소파와 안락의자까지 갖추었다.

조지는 약속대로 나오미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음악 수업을 하는 등 ‘서양화’ 교육에 돌입한다. 그런데 나오미는 이런 면에는 전혀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예의범절도 엉망이고 낭비벽도 심했지만, 동거를 시작한지 2년 뒤 실질적인 부부관계를 맺게 되기까지 조지는 나오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데….

1925년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이 소설은 대중 사이에 ‘인습적 정조 관념에 매이지 않는 신여성의 관능적 연애’를 뜻하는 ‘나오미즘’이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내면에 불온의 씨앗을 품고 있는 소녀와 그녀에게 복종하며 기쁨을 느끼는 남자의 ‘미친 사랑’이 펼쳐진다. 하지만 단순히 탐미적 취향의 극단적 추구나 파격적인 소재를 넘어, 서구적인 것에 매혹되어 문화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던 개화기 일본에 대한 섬세한 풍속화로도 볼 수 있다.

《미친 사랑》은 〈오사카아사히신문〉에 처음 연재를 시작했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이라며 검열 당국으로부터 여러 번 주의를 받다가 결국 중단되었고, 넉 달 뒤 ‘여성’이라는 잡지에 다시 발표되어 연재를 마쳤다. 당시 이 소설이 일으킨 반향은 실로 엄청났다.

후대의 평론가들이 지적하듯이 이 작품은 또한 서구적인 것에 매혹되어 문화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던 개화기 일본에 대한 섬세한 풍속화로, 주인공 가와이 조지는 카페에서 서구적인 이름과 외모를 가진 나오미에게 끌리고 붉은 기와를 얹은 하이칼라한 문화주택에서 함께 살며 ‘서양사람 앞에 나가도 부끄럽지 않은 숙녀’로 키우기 위해 나오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외국인이 있는 댄스홀을 다닌다. 서구 문명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때의 일본 시민사회가 세밀하게 묘사된 시대성, 그리고 조지와 나오미를 통해 인간성의 미지의 분야는 무한함을 알려주는 영원성이 이 소설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이다.

이철웅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공무원노조나주시지부 나주시 조직개편관련 조합원 설문조사
2
이광석 시의원의 반란의 끝은?
3
뭐든 적어야 산다…나주시 공직자들이여 메모를 하라
4
전국공무원노조나주지부 조직개편과 관련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5
혁신도시용 나주열병합발전소 문제 이제 종지부 찍어야
6
염치에서 어른의 길을 찾아야 한다.
7
이민준 부의장,‘ 한전공대 설립, 대통령 공약대로 이행 촉구 건의’
8
당신 사이비기자 아냐?
9
나주 에너지밸리에 25개 연구기관·기업 유치
10
제208회 나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민중당 황광민 시의원 나주시 농민수당 도입제안 5분 발언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예향로 3803 (이창동) 2층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