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지난 목요일은 나주중부노인 복지관에서 처음으로 시니어 합창축제를 하는 날이었다. 벌써 복지관이 개관한지가 4년여, 그 사이 알차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나주시 중부 노인 어르신들의 배움의 장으로 또 여가 선용의 장으로서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와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무료하기 짝이 없는 노년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드리고 삶의 의욕을 안겨드리기 위해서 식사에서부터 각종 여가 프로그램에 신경을 써주고 내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애를 쓰고 수고해주는 중부노인복지관의 모든 관계자들이 참으로 고맙기 짝이 없다.

운영위원으로서 회의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식당을 돌아보곤 한다.  또 찻집을 들려서 어르신들과 정겨운 차 한 잔을 나눌 때면 다양한 식단에 만족해하시고 차 한 잔의 여유까지를 느긋하게 즐기시는 모습이 반갑고 흐뭇하기조차 하는 것이다.

오후 3시, 마침 의회의 상임위 심의가 끝나기도 해서 서둘러 합창제 축제에 참석 할 수 있었다. 의회 회기 중에는 일절 지역 행사 참석이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려 애를 쓰기도 했고 마침 시간대가 오후 시간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6.70대에 접어든 노인 어르신들이라  그동안은 누구누구 할머니, 누구누구 어머니로만 불리웠을텐데  진정 꽃처럼 아름다운 화장에 그 옛날 여왕이나 입었음직한 어여쁜 드레스를 입으신 모습은 싱그럽기 조차 했다. 또 남성어르신은 나비넥타이까지 매시고 아직도 청춘임을 웅변하고 계셨다. 앨토 소프라노 베이스 테너의 포지션에서  입을 모아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선사해주는 노래는 기대이상의 수준이어서 듣는 내내 감동이었다.

누가 저 어르신들을 늙어가는 이들이라 말할 수 있을까? 반갑게 인사를 하는 형빈 엄마는 내가 스물여섯의 나이로 나주 시범 어린이집 첫 원장 발령을 받아 근무 했을 때의 학부형으로 만났던 분이셨는데 참 고우셨던 어머니셨다. 환하고 동그란 얼굴이 그때도 미인형 이셨는데 10여년 넘게 뵙지 못하다가 뵈었어도 그 옛날 그 모습 30대 의 고운 티가 여전히 가시지 않아 연세를 여쭈니 70살이라는 거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햇수를 가늠해보니 맞는 말씀이셨다. 중부노인 복지관의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지 늙으실 새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 같았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접하는 즐거움을 말씀 하실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 70의 이 분 들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계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스스로도 기쁘고 흐뭇했는지 모른다.

 복지관의 기능에 대해서 처음에는 지역사회에서 할 일없는 노인들을 위해 나라가 나서서 그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며 그다지 호의적이지도 않았고 심드렁하는 분위기였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만난 노인 어르신들을 뵈며 내가 느낀 그런 밝고 환한 긍정적인 분위기는 우리들이 이제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마음과 노력으로 행정을 펴고 도와드려야 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시간 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런저런 즐거운 순서를 함께 박수치고 노래하는 중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을 목도 할 수 있었다. 바이올린 협주로 어르신들의 합창을 돕고 있는 ㅇㅇㅇ선생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3년 전 혁신도시에 남편을 따라 이주해온 젊은이인데 바이올린 전공자로 서울 시향에서 근무하다가 나주에 와서 아들까지 낳았던 이여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였다.

타향생활의 외로움과 시골의 불편함들 때문에 육아에만 전념하는 일조차도 힘겨워 하던 그녀가 원도심 어르신들을 위해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재능을 기부하며 어엿한 나주시민으로 제 몫 이상의 일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내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이 많은 염려를 할 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할 것이라며 그들을 응원했던 내가 무언가 큰 보상이라도 받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또한 열병합 발전소의 쓰레기 예산을 깎아야 했던 문제로 오전 내내 주민들에게 문자폭탄을 맞으며 속을 끓였던 모든 일들이 사랑스럽고 어여쁜 그녀를 보면서 무언가 뻥 뚫리는 기분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 저렇게 어여쁜 이들이 다시는 이 추위에 떨며 아이들과 함께 투쟁의 거리에 나서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저들과 저들의 아이 그리고 우리들의 손주들이 먹고 마시는 청정채소와 맑은 공기가 더 이상 오염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서로가 인내하면서 노력하면 반드시 어려움은 하나씩 해결이 되어갈 터, 지금은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며 타결해 나갈 것인가를 지혜롭게 살펴야 할 것이다. 본질은 투쟁과 증오가 아닐 것이다. 서로를 사랑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행정이나 정치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가 조금은 명쾌해 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