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아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굳이 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제 겨우 스물 셋의 어린 나이이기도 하지만 꽤 오랜 날들을 만나왔던 아이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미혼모라고 손가락질 하는 안쓰런 그 아이를 만나고 나서였는지 어제 밤은 밤새도록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뛰고 노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혼자 아이 기르는 일이 어찌 힘들지 않을까만 힘들 때면 연락하라고 당부까지 했음에도 내가 문득 전화하기 전까지는 여간 해서는 먼저 전화 같은 것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 만사 제쳐놓고 나갔더니 두 살배기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겼노라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가녀린 어깨에 늘 아이를 업고 다녔었는데 그나마 아이가 없으니 세상 짐을 다 벗은 사람처럼도 보여 좋았고 비로소 제 나이 스물 서넛의 처자처럼 보여 좋았다.

이제 9월이면 아침 일찍부터 아이가 오는 5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며 자랑을 했다. 홀로 아이를 힘겹게 키우면서 늘 돈 때문에 어려워했는데 이제 커피 값도 성큼 본인이 지불하고 가져오기까지 하는 여유를 부리는 아이가 사랑스럽고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혼한 부모 대신 할머니 손에서 서럽게 자라나서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덜컥 임신을 해버렸던 아이다. 동갑짜리 아이 아빠는 군에 입대중이지만 우선은 그의 부모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아이의 희망은 아이아빠가 지금처럼 책임감을 가져주는 것이고 그리 몰인정한 분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부모님들이 마음 문을 열고 인정해 주는 날까지 어떻게든 아이를 자기 손으로 예쁘게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여린 아이가 어찌 그리 예쁘고 당차 보이던지 모른다. 만날 때마다 그저 등을 쓰다듬으며 격려해주는 일과 귀저기 값 아주 조금 손에 쥐어줄 때면 잠시 눈물을 글썽해 보이던 여린 아이였는데 어제 만났던 그 아이의 정신세계는 이미 한 아이의 엄마로써 조금도 손색없는 당차고 씩씩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그 어린 여성을 미혼모라는 사회적 편견의 잣대로 돌을 던지고 욕할 수 있을까? 미혼모...아직은 이 용어가 사회적으로 보편화되어 있고 달리 사용하는 용어가 없기도 하지만 나는 사회적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몫을 다해내는 이들 여성들이 좀 더 다른 이름으로 불러지기를 소망한다. 자신에게 당당하고 아가에게 엄마로서 손색없는 사랑과 책임감 그리고 씩씩한 용기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이들은 참으로 사회적으로도 보배로운 이들이요 멋진 여성들이 아닐 수 없다.

출생아수가 역대 최저 기준이라고들 난리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는 가임여성 1명이 1,17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지금 현재는 1.04명이란다. 당초 우리 모두가 예상 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상황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파르던 출생아 감소라고는 했지만 이토록 급격한 감소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의 출생률이 언제 1명의 가임 여성이 단 한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사태로 치달을지 모를 일이기에 국가의 존립을 생각 할 때 더욱 불안한 일인 것이다.

인구에 관한한 백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웠어야 했는데 30년 전에 출산 장려대신 예비군 훈련장으로 돌아다니며 출산저지를 위한 홍보를 펴고 “한명만 낳아도 삼천리는 만원이다.” 어쩌고 하는 표어를 붙이고 다녔던 이 나라의 멍청한 공무원들과 관리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부존자원 하나 없이 인적자원에 의지해 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만큼이나마 이끌어온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출생아 감소의 이러한 수치는 거의 핵폭탄금의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을 수 없는 것과 그러다보니 자꾸 결혼이 늦어져 여성의 결혼 나이가 30세를 훨씬 넘기고 있다는 점도 예사로이 넘길 수는 없는 부분들이다. 첫아이를 가지는 시점이 자꾸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제대로 된 직장을 잡는 이들 조차도 맞벌이를 위해서 아이가 생기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직장의 압력을 견디기가 힘들다보니 더욱 아이 낳는 일이 힘들어지는 것이니 둘째는 또 어느 세월에 가질까?

둘이 만나 가정을 이루었으니 각각 하나씩 최소한 둘은 낳아야 된다는 소박한 덕담도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나 하는 노인네로 비추어질까 싶다. 거기에 부모세대는 황혼육아 만큼은 ‘노 땡큐’라고 하고 또 사교육비 부담을 미리 계산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있다.

이러한 모든 여건보다도 백배나 힘든 여건에서 꿋꿋하게 아이를 기르는 그 어린 엄마에게 정부는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배려를 다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억지일까? 용감하고 장한 그 미혼모들의 사회적 이름부터 명예롭게 바꿔 불러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르며 자기계발에 힘써 어엿한 사회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