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연일 TV를 통해서 수천 수 만개의 계란을 뒤엎어 깨고 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국민 모두는 더 더욱 불안해하는 것을 본다. 더군다나 살충제 달걀에서 비롯된 소비자 불안감이 닭고기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닭고기는 살충제 성분 달걀과 전혀 상관이 없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항생제를 먹인 가축이나 동물이니 어쩌니 하면서도 최소한 계란이나 닭고기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값싼 영양의 보고라며 무한신뢰를 보내면서 단 한 번도 어떠한 의심을 해 본적이 없는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염려는 더욱 큰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젠 그 난리를 치고 나서 한다는 말이 현재의 검출된 영으로는 건강을 초래할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많이 허탈해지는 것을 어찌할까?

검출된 농약들도 축적성이 있는 중금속과는 달리 단기간에 몸 밖으로 배출이 된다는 발표가 있기는 하나 국민들은 그 말도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달걀, 닭의 알에 대해서 보내온 그 각별함과 무한 신뢰, 그리고 그 오랜 사랑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른 먹거리가 다 이러니 저러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달걀의 안전성이나 위해성에대해서는 의심치 않는 신뢰를 보내왔던 국민들이기에 충격이 더욱 큰 것이다. 그래서 올여름 무더위와 조류독감으로 인해 많은 닭들이 폐사했을 때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계란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건국 이래 처음으로 달걀을 수입 하는 등의 난리법석이 났던 터에 당한 일이라 그 충격과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득 어릴 적 드넓은 외가집에서 숲속으로 계란을 주우러 다니던 기억이 난다. 본가 할머니 댁에서는 작은 헛간 바구니 같은 곳에서 알을 낳았던 것 같은데 방학 때 한 번씩 가뵈었던 외갓집에서는 수많은 닭들이 집안의 정원과 그 옆의 숲속에다가 알을 낳고 다녔던 것이다.

솔 씨 먹은 닭이니 지네 먹은 닭이니 하면서 어르신들이 각별한 애정을 보냈던 그 닭은 계란의 맛이나 푹 고아 먹었던 백숙의 맛 또한 어린아이의 입에도 확실히 달랐던 그런 기억이 있다. 이른바 방목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채색주의자들이나 환경론자들은 사육장에서 자라나는 동물들의 위해성을 끊임없이 경고해 온 터이다.

계란 또한 그 범위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먹거리였다. 살충제뿐만 아니라 산란 촉진제를 비롯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약제들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해 왔던 것 또 한 사실이다. 이것이 어찌 또 계란뿐이겠는가.

 문제는 양계산업을 비롯한 축산업 전반에 걸쳐 공장형 사육과 밀집과 감금 사육 등의 축산 환경들에 있다고들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밀집 사육 현장에서는 동물들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뿐더러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밀집 사육현장에서 닭들이 한번 닭진드기의 공격을 받게 되면 간지러움에 그렇게 괴로워 할 수가 없다고 들었다. 쇠창살로 목을 빼어 먹는 것과 꼼짝 못하고 그 상태에서 알을 낳는 일 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의 괴로움이란 실로 엄청난 스트레스 일 것이다.

지금과 같이 좁은 공간에서 대량사육을 하다보면 해마다 되풀이 되는 전염병 노출은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동물 복지, 복지 농장에 대해서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실제 전국에서 운영 중인 복지농장은 지금의 밀집형 A4 크기의 철제우리 사육장과는 달리 거대한 운동장형 방목환경이라고 한다. 닭이 흙 목욕이나 모래 목욕 등을 하면 닭을 사육함에 있어서 피할 수 없었던 “닭이” 즉 진드기 등이 살 수 없다고 들었다.

자유롭게 뛰놀며 건강한 알을 낳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한 생명살림의 대물림이 되는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아니, 이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요 국민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필수덕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많은 농장주들이 복지 농장들에 관심을 갖고 이를 추진하는 축산 농가들이 한 두 곳씩 늘어가는 추세라니 반가운 소식이다.

해충제니 살충제를 쓰지 않고 때때로 풀을 뜯어 먹으며 모래나 흙으로 건강한 목욕을 하고 해가지면 횟대로 들어와 잠을 자다가 이른 아침 깨어나 자신의 부리로 털 정리를 하고 주인이 뿌려주는 모이를 구구구 달려가 모이를 쪼아 먹고 나서 알 낳을 아늑한 둥지를 찾아 알을 낳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이러한 일들을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과연 나만의 행복한 상상일까?

인간은 물로 돼지는 진흙으로 목욕을 하듯이 닭은 모래로 목욕을 해주고 깃털을 정리할 때 건강할 수 있다. 철장 안에서는 너무나 공간이 좁아서 하루에도 닭의 이상 행동이 많이 난다고 들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본능적으로 목욕행동을 하다가 좌절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는 다른 닭을 부리로 쪼는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결국은 서로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게 되는데 시각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발달한 닭들은 상처에 난 피를 보고 더욱 흥분을 하게 되어 생명을 잃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결국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 난 알과 고기를 먹는 우리도 그리 좋을 일이 없고 농장주도 손해일 뿐이다.

동물들이 말을 못해 그렇지 왜 아니 안락함을 추구하지 않을까? 닭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 받고 편하게 사육될 수 있어야 한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여 이제 부디 동물들이 좀 더 건강하게 자라 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