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본격적인 선거철로 접어들면서 어김없이 7시 전 출근에 7시 이후 퇴근이다. 그때그때 일정과 상황에 따라 동료의원들 모두가 함께 모인다든지 또 각 개인별로 흩어져서 각자의 구역에서 출퇴근 인사를 드리고 있다. 퇴근 후에도 대개의 경우는 한 두건의 모임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모두가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를 알리기 위해서이다. 나의 경우 아직 지역구의원이 없는 혁신도시에서 거주 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혁신도시를 맡아 출퇴근길 인사를 드리고 있는 중이다.

혁신도시 주민이나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어느 당의 누구누구가 후보라는 것 정도를 모를 리 없겠지만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중 이 정도는 소속 정당의 지방의원으로서 유권자들에게 당연히 해드려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매연과 황사바람에 몹시 힘이 들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른 아침 출근길 인사와 퇴근길 인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날이 갈수록 유권자들께서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말없이 지켜보는 것을 느낀다. 때문에 운동원으로서 몸짓 하나 표정하나에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지 등줄기가 서늘할 때가 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옆에 동료와 잡담을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들고 있는 후보의 피켓을 들고 어떤 진정성을 담아 인사를 드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좀 더 깊이 더 깊숙이 인사를 드리고 있다. 빵빵거리며 문까지 열고 힘차게 손을 흔들어주는 이도 있고 어떤 분들은 시의원이라는 사람이 채신머리없이 저런 일까지 하는가 싶은 측은한 표정을 짓는 이도 계셨다.

그러나 촛불집회로부터 시작된 대통령 탄핵에 이은 국민적 열망 속에 든든하고 믿음직한 대통령, 좋은 대통령을 뽑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런저런 체면을 잠시 벗게 했다.

어제의 스탠딩 토론회는 염려했던 대로 대선후보들의 토론 실력에 대해 많이 실망을 느껴야 했다. 진실에 입각한 근거나 사례 대신 진실을 호도하며 말을 바꾸어 질문을 하고 십 수 년도 넘은 과거공방에 물고 늘어지기 등은 많은 국민들에게 답답함과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지지도 1위 후보에게 던지는 네 후보의 “청문회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융단폭격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최소한의 품격과 체면들을 던져버린 것들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승민 후보의 북한을 ‘주적’이라며 우기는 질문이었다. 2000년 이후부터 정부 공식문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는 것은 어지간한 국민이면 당시의 햇볕정책 이후의 두 분 대통령님의 북한 방문과 정부 간 교류 등을 기억하며 느낌으로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스탠딩 토론회를 보면서 합리적인 보수이며 국방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유승민 후보에 대한 실망이 크다. 심상정은 문재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공격하는 듯 했고 그동안의 심상정의 이미지 대신 전혀 현실감 없는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어 정나미가 떨어지게 했다.

심상정은 오히려 그 똑똑 부러지는 모습으로 안철수에게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와 세월호와 촛불민심에 대해 어정쩡한 안철수의 생각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홍준표는 여전히 낮술 한잔 걸친 어르신의 모습으로 일관해서 코미디를 하고 있었고 지난번과는 훨씬 멋진 분장으로 해맑은 표정으로 나타난 안철수에게는 누구도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고 세익스피어는 말했다. 문재인에게 어제의 스탠딩 토론회는 공평하지 않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룰조차 없는 듯 보이는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결코 편 들어주지 않는 종편들과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쏟아 붓는 야당들의 집중포화를 온 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오랜 검증기간 단 한 번도 결코 상대를 깎아내리는 법 없이 자신의 길을 밭 갈러 가는 소처럼 묵묵히 걸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하나같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표심이 결정되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요즘 들어서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전국에서 들려오는 생각지도 못한 기쁜 소식들에 큰 보람을 느낀다. 민주당의 태생지가 호남이라고 눈길도 안주던 경상도 였다. 그것도 울산에서 1000여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몰려와 정권연장이 아닌 진정한 정권교체를 위해 그리고 미래세대가 잘사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오늘도 천근처럼 무거운 몸을 달래가며 우리당의 후보를 알리려 집을 나선다. 오늘도 유권자를 만나 좀 더 진정성 있게 그리고 겸손한 모습으로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