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영산강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고 있으니 분명 며칠 후 면 강변에 홍어축제 한마당이 펼쳐질 것이다. 내 나름의 홍어축제에 대한 정의가 있다. 그것은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바로 앞 배꽃이 만개하기 전 영산강에 기대어 살아온 이들의 한판 걸판진 출정식 비슷한 것이지 싶다.

우두둑 우두둑 욱신거리는 팔, 다리, 허리로 올해도 다시 치러 내야할 모진 삶과의 한판승부,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는 목숨 줄 앞에서 고된 농사일을 앞두고 올해도 한번 해보자라는 간절한 자기 다독임 같은 엄숙한 의식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리고 홍어무침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며 삭신 무너져 내리는 긴 영농의 여정을 함께 가야할 이웃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장중하고도 눈물겨운 의식처럼도 여겨진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도 어쩔 것이여, 막둥이 공무원 시험 합격할 때까지만 어찌할 수 없으니 그래도 배 농사를 지어야지”라시던 어느 어르신은 아들 대학 졸업한지가  5~6년은 넘었지 싶은데도 흐뭇한 결혼 걱정대신 대학보다 더 비싼 공무원 시험 준비 뒷바라지로 당신은 허리가 더 꼬부라져가는 것 같다.

이런 어르신들이 눈물과 한숨 대신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과 홍어 몇 점의 의미를 생각하면 몇 일간의 홍어 축제는 일단 더 깊은 탄식까지도 녹여버릴 정도로 무조건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여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도 지역을 대표할 변변한 축제 하나 없는 나주이지만 그래도 홍어축제에 관해서만큼은 해가 갈수록 지역민들의 관심도 조금씩 높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지난번 홍어축제 준비위원들의 보고 때의 느낌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대개의 행사 같으면 행사에 관한한 불요불급한 예산이 무엇인가? 어느 부분을 삭감할까? 눈에 불을 켜는  의원들이었지만 홍어 축제에 대해서는 조금은 관대했다. 오히려 타지의 대표 축제의 예를 들면서 너무 빈약한 예산에 대해 함께 걱정하면서도 행사 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제시가 봇물을 이루었다.

타 지역민들이 와서 홍어라는 음식을 접할 때 나주에서만 맛보는 귀한 음식이기는 하나 큰 맘 먹고 찾은 축제 때 접한 음식이 평소 음식점을 이용할 때의 홍어보다 더 비싼 것은 아닌가? 라는 물음부터 다양한 여러 의견을 제시 할 때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이전과 다른 각오와 긴장감으로 행사를 준비 하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했었다.

난장에서 펼쳐지는 음식에 대한 청결과 위생, 안전부터 고객이 감동받을만한 특별한 서비스와 적정한 가격 받기, 눈속임 없는 상차림 등에 대해 누구 한사람 그냥 넘어가는 의원 없이 평소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 나주시가 성공한 축제에 대한 목마름이 참으로  크다는 것을 절감 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주최 측에게 배를 이용한 홍어요리는 과연 이번 행사에도 요원한 것인지를 물었다.

수입 농산물이 밀려오는 것과 때를 같이해서 온갖 과일들이 형형색색으로 품종을 개량하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요즘 점점 나주 배는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맛을 제외하면 번거롭게 과도와 접시와 행주까지를 준비해서 깎아내야 하고 도무지 촌색시 같은 모습과 색상에서도 눈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그 무언가에서 2%의 부족함을 무엇으로 메꿔야 할까? 고민하다가 지난 행정 감사에서 그것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바로 “배를 이용한 한 상 차림” 에 대한 것이었다. 주무과 에서는 해가 바뀌자  요구한 일을 곧바로 수행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여러 가지 공적인 회의다 행사다 해서 어쩔수 없이 요리강습에  빠질 때가 많기는 했지만 개인자격의 수강생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수강생들이 배 요리를 배우는 일에 욕심을 내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으니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 한다.

홍어 요리의 경우 가정의 요리와 많은 이들을 한꺼번에 상대해야하는 식당 음식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연구하고 시도해 보는 일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 한다. 재작년 연수중에 청도를 방문해서 청도 미나리비빔밥과 미나리 삼겹살을 먹은 적이 있다.

미나리를 날로 먹는다는 것도 생소했지만 워낙 맑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말에 생미나리 비빔밥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미나리를 숭숭 썰어 밥 위에 얹고 고추장을 얹은 정도였지만 지금도 그 유명한 청도 소싸움보다는 생 미나리의 그 맛과 향이 더 기억될 정도이다. 또 상추를 완전히 밀어내고 삼겹살을 미나리로 싸먹는다는 것을 체험한 일행 모두의 반응도 대단히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축제기간에 홍어요리에 반드시 배를 함께 이용해 보는 것도 연구해 보겠다는 주최 측의 다짐을 생각하니 반달로 썬 하얀 배위에 얹어먹는 홍어무침의 맛이 어떤 것일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