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지난 나주시의회 임시회에서는 나주시의 올해 추경예산을 통과 시켰다. 의회 의원들이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더 아껴도 될 예산이다 싶은 항목을 삭감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이 기간은 집행부와 의회의원들의 신경전이 가장 팽팽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또 한편으로는 예산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이건 좀 통과 시켰으면 좋겠다 싶은 분야가 있다. 나의 경우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와 다문화 가정 그리고 보육과 교육 등에 늘 관심이 머문다. 전반기 상임위가 총무위였을 때에는 늘 이런 부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고 훑어보았지만 오히려 빠듯한 예산은 조금이라도 더 보태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운 것들이어서 시정 질의를 통해서 이쪽 부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후반기 경제위로 옮기면서 가장 관심 갖는 분야가 하나 생겼다. 바로 꽃과 나무, 숲과 흙 그리고 농촌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등이었다. 더군다나 주변에 귀농을 의뢰해오는 이들이 한두 명씩 늘어나면서 부터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도회지 생활에 익숙한 그들이 농촌에 정착하여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강박관념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예전 같으면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쳤을 지저분한 마을 어귀나 어디선가 나는 냄새들을 접할 때나 예전보다 훨씬 혼탁해진 냇가를 걸으면서도 늘 오염원이 어딘가를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고 환경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가 이제 어지간해졌다는 증거일까? 요즘 들어 앞으로 남은 삶의 햇수를 머릿속에 그려 볼 때면 늘 더욱 흙과 숲, 꽃과 야채 그리고 텃밭 등의 그림을 자주 그리게 된다. 나를 비롯한 모든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탐욕과 조급증과 분주함, 사려 깊지 못함과 무정함, 그리고 자기 나르시즘에 대한 항체가 흙에서라면 그리고 숲에서라면 모두 저절로 치유되어질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해외 여행지중 하나가 미국의 요세미티국립 공원 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20여 년 전에 가본 요세미티 공원은 지금도 놀랍도록 큰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을 비롯한 다양한 수목들과 어우러진 폭포수, 그리고 그 나무들이 뿜어내주던 청량하고도 싱그러운 공기들로 인해 지금도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디즈니랜드도 그랜드캐넌도 아닌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요세미티 공원 숲속이기도 하다. 요즘은 너나없이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한다. 유럽이나 동남아등 가리지 않고 떠난다.

그러나 세계어디를 가보아도 ‘우리나라만큼 좋은 곳이 없더라’ 라는 것이 모두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인 이 땅의 환경에 조금만 더 마음을 쏟고 쾌적하게 만들어 이웃과 함께 공유해야할 책무는 우리들 모두의 몫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공터나 빈터에 꽃나무 몇 송이 상치와 쑥갓 한 줌을 심어 함께 그 어여쁜 생명을 키우고 나누며 아름다운 환경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확산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 질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요즘 들어 내가 제일 성가시게 하는 부서가 있다면 단연 산림공원과다. 나주에서만 평생을 살아온 내게 이른바 지역구라 불리는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의 개념과 경계는 아직 없다. 다만 어디 어디 공터에 꽃나무 좀 심어주세요. 그곳 하천가엔 백일홍이 좋을까요? 은행나무가 좋을까요? 아주 작은 버려진 동산이 하나 있는데 그곳 산 둘레에 데크시설을 조금만 해준다면 그 곳 동산이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는 동산이 될 거예요, 라는 나의 주문에 공무원들이 조금은 괴로울 텐데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오고 가는 길목에 핀 앉은뱅이 꽃 한 송이와 나무들을 보면서 작은 위로와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시멘트 포장의 농로 공사보다는 열 번이고 욕심을 내고 싶은 것이 바로 이런 일들이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일시에 온갖 꽃들이 피어나 노랗고 붉은 꽃들 깨어나는 소리로 세상이 아름답고 향기롭게 수런거리고 있다. 오동도에, 고창 선운사에, 그리고 가까이 강진 백련사에 모진 겨울을 이겨낸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고 아우성들이다.

엊그제는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가정사로 참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느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시간 내어 동백꽃을 한번 보러 가자는 연락을 해온 것이다. 자신보다 더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워낸 동백꽃을 닮고 싶어서였을까? 동백꽃처럼 붉은 정열로 다시 한 번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 보겠다는 의지였을까? 오랜 어둠과 고통을 이겨낸 목소리 같아 참 반가웠다.

그래 가자. 봄나들이에서 만나는 겨울을 이겨낸 꽃들이 어찌 동백뿐이겠는가? 봄 햇살 따스한 날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그녀가 천지에 피어나는 꽃들을 노래하며 받을 위로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조금씩 마음이 설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