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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두 나라》 니코스 카잔차키스(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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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호] 승인 2017.02.26  18: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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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에의 눈에 비친 20세기 초 동양의 모습.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이자 베르그송, 니체에서 부처, 사회주의에서 민족주의까지 당대의 수많은 사상을 두루 섭렵했지만 어느 한 사상에 안주하지 않았던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중국과 일본 여행기다.

이 책에서 카잔차키스는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각을 발휘하여 신비로운 전통과 정신을 가진 동양의 과거와 현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자유와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산업화와 제국주의로 무장한 서양의 입장에서 본 당시의 동양은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우며 비참하기까지 한, 개발과 정복의 대상이지만 카잔차키스는 그 이면에서 매혹과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발견하고 장차 세계무대의 중심이 될 중국과 일본의 저력을 포착한다.

   
 
이 책은 중국과 일본의 오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감탄과 찬사로 가득한데 종교, 음악, 미술, 연극, 건축 등에 대한 카잔차키스의 깊은 관심과 탁월한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세속적인 열망이 넘치는 사원, 지저분하고 악취 나는 뒷골목, 비인간적인 현실의 축소판인 홍등가에 서 있는 카잔차키스의 내밀하고 진솔한 고백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카잔차키스가 만난 중국인들은 기독교라는 ‘종교적 상품’과 자본주의와 서양인들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는 어떻게 적대적이기까지 한 중국인들의 눈빛과 언행에서 오랜 전통을 지켜온 ‘영원한 천상의 제국’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마저 느낀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 난징, 항저우 등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여행한 카잔차키스는 “중국만큼 시가 발달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민족은 없다”고 감탄한다.

그가 만난 중국은 인간과 대지와 물이 조화를 이루고 종교와 일상이 일치된 곳이다. 중국인들은 끝없이 흐르는 황하(黃河)처럼 묵묵히 생활하며 광활한 대지를 경작하지만, 어는 한순간 분노와 광기를 폭발시키기도 한다.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은 사상이 숨 쉬는 곳, 그곳이 카잔차키스가 만난 천상의 제국 중국이다.

한편 카잔차키스에게 일본은 ‘벚꽃’과 ‘기모노’의 이미지로 먼저 다가온다. 이렇게 다분히 여성적이고 화려한 인상의 일본으로 들어서면서 카잔차키스는 그러나 벚꽃 뒤에 숨겨진 ‘대포’를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 서양의 강압에 못 이겨 항구를 개방한 일본은 그 뒤 기독교 등 외래 문물을 지칠 줄 모르고 받아들였으나 그것을 전통이나 오랜 신앙과 절묘하게 조화시켜 온전히 자신들만의 것으로 전환시켰다. 카잔차키스는 세계 정치와 패권의 중심이 지중해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올 것을 예측하고 중국과 소련,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열강인 ‘위험한 일본’의 저력을 자세히 언급한다.

카잔차키스에게 중국은 더럽고 절망적인 곳이었지만, ‘뱀슬’처럼 호기심을 발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양인들에게 당한 모욕을 앙갚음하려는 ‘검은 광기’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없는 담배를 권하고, 마치 있는 것처럼 담배 향을 맡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체면’이 무엇인가를 카잔차키스에게 알게 해준 계기가 된다.

반면 카잔차키스의 눈에 일본은 관능미가 넘쳐흐르는 나라였다. 간소하고 깨끗한 아름다움과 선과 여백이 매혹적이 곳이었지만, 그런 전통문화에 비해  현대 일본은 군국주의로 치 닫으며 공포를 양산하고 있었다. 카잔차키스는 일본의 진취적인 모습에 일견 불안해하면서도 전통 문화에 대해서는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서른여덟 개의 길목 전편에 흐르는 그 특유의 관조와 객관적 균형감각이다. 그 때문에 이 책은 그가 이들 두 나라의 땅을 밟은 1935년, 그러니까 산업과 혁명과 전쟁과 삶이 국가를 막론하고 공포와 불안정이 극에 달했던 시절인데도 유럽인의 동양 인상기에 그치지 않는 상대적 본질을 꿰뚫는 문명서이자 오늘의 두 나라를 예감케 하는 예언서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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