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지난 전국 지방 여성의원 워크숍을 다녀온 소감을 이곳 지면에 소개 한 후 세분이나 되는 독자분들께서 나주 배 상품화에 대한 의견들을 나눠 주셨다. 사실 의정단상이라는 지면을 빌어 글을 쓰면서 한 주 만에 이번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 주시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어서 어쨌거나 내심 반가웠다.

우연찮은 만남의 자리에서 그 분들과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대농이 아닌 소규모 배 과수농가의 고충과 목마른 심정들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 농촌지역의 의원으로서 더 많이 농민들의 삶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과 애정을 가지고 성심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갖게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 한 여성 농민은 지난번 나의 의정단상에서 한 동료의원이 자기 지역의 특산물인 곶감을 소개하고 즉석 주문을 받았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의원님께서도 우리 농가의 배즙도 좀 소개해 주시지"하면서 그 쪽 동네의 일을 많이 부러워하시는 거였다. 아직 배즙 기계하나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소규모 과수농가의 애로점과 이들 농가를 위한 그런 등등의 간절한 지원요청을 들으면서는 구구절절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많이 미안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나주시 농촌진흥과에서 주관하는 농촌자원분야 교육중 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공부하려고 지원서를 낸 것은 한 주간 내내 그러한 숙제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던 까닭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말 농촌진흥과 감사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아직껏 나주의 특산품인 배를 다양하게 상품화 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담당공무원들과 2017년도에는 어떻게든 나주배를 활용한 음식을 한상 샘플로 만들어 보자는 약속을 했고 이번 봄 학기에 강좌를 개설해 준 공무원들이 고맙기도 해서 왕곡까지 달려가 수강신청을 낸 것이다.

교육일정표에 의하면 꽈리고추 배말이 삼겹살구이며 배 김치국, 배황남빵, 배갈비찜 등을 비롯한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배를 활용한 요리들이 있어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다. 3월 7일부터 4월 13일까지 일주일에 화요일 목요일 두 번, 오후 두시부터 다섯 시까지 교육하는 이번 강좌에 뜻있는 많은 나주시민들이 함께하시면 정말 좋겠다.

특히 요식업에 뜻을 두신 예비 창업자나 음식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셔서 외지인들에게 떡하니 자신 있게 내놓을 "나주배로 차린 고급 음식 한상"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해본다면 얼마나 뜻있는 일일까 싶다.

앞서 언급했던 배즙이 조금 더 연구를 해서 배농가의 낙과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가공하여 두 배 세배의 보상을 받을 수만 있다면 땀 흘려 일한 농민들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라는 생각이 그저 한낮 꿈에 지나지 않기 위하여 행정에서도 좀 더 농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가 연구해야 할 것이다. 도울 일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외지 출장이 잦은 시장과 고위 공무원들과 의회 의원들이 연수나 출장으로 전국 인사들과 교류할 때 반드시 나주의 특산품인 배가 무겁고 깎기 어려운 애로점이 있다면 배말랭이나 배즙이라도 하나씩 돌리게 하는 것을 제도화 시키는 것,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다.

샘플의 경우 배즙의 양을 지금보다 조금 줄이는 일, 지금의 비닐 포장이 아닌 뜯고 찢기 쉬운 종이 재질의 용기일 것, 포장 용기에 반드시 열 가지도 넘는 배의 효능을 써넣고 그리고 반드시 거기에 생산자의 성명과 전화번호를 넣는 일들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뜨거운 불로 몇 시간씩 고아온 배즙이 이렇게 맛있고 영양이 많다면 단물이 뚝뚝 흐르는 세계 제일의 나주 배는 과연 얼마나 맛있겠냐고 홍보한다면 어찌 아니 즉석 매출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과수농가는 행정을 믿고 최고의 과일 생산을 위해 애쓰고, 이렇게 된다면 타 지역에 잠식당한 나주배의 명성이 조금씩 회복되어지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목포에서의 워크숍을 생각할 때 우리에게 시마다 때마다 멋진 호의를 베풀어준 도지사나 시장, 의장이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온통 땀 흘리며 하나라도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체면이고 뭐고를 벗어 던지면서 애쓰던 이들의 땀방울만 기억나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이런 혼연 일체의 마음이 결코 지갑 열기를 거부하는 나 같은 사람조차 기쁘게 지갑을 열게 했다는 것이다.

다들 나주배는 이제 소망이 없다고 한다. 어찌 보면 고약한 이 말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과연 빨갛고 노란형형색색의 수입 농산물 속에 색깔조차 누렇게 그리고 모양조차 더부데한 나주 배는 깎기조차 성가셔서 많이 매력이 떨어지는 과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신토불이 나주배는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서 그 달디 단맛과 영양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더욱 좋은 품종으로 거듭날 것이다. 조금만 더 우리가 마음을 합쳐 노력한다면 지도 끝 덴마크인들 까지도 "원더풀"이라던 나주배의 명성은 다시 우리 농가의 희망이 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